"'길고양이 보호 조례' 반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지유석 2023. 10. 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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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국 최초 길고양이 보호 조례 발의한 천안시의회 복아영 시의원

[지유석 기자]

 천안시의회 복아영 의원. 복 의원은 전국 최초로 길고양이 보호 조례를 발의했지만, 격렬한 반발에 휩사였다.
ⓒ 지유석
 
천안시의회 복아영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다선거구)은 지난 9월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아래 길고양이 보호 조례)'를 발의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길고양이 보호조례가 발의된 건 전국에서 천안시의회가 최초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이내 격렬한 논란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왜 길고양이만 딱 집어 지원하느냐'는 반대 논리가 나왔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복 의원을 향해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비단 복 의원뿐만이 아니었다. 조례는 담당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올리고, 본회의 가결을 거쳐 최종 효력을 얻는다. 길고양이 보호 조례를 심사하는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 김철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도 항의전화와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조례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이 조례는 "천안시장은 길고양이가 천안시민과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지자체장인 천안시장에게 길고양이 보호 의무를 규정한 게 그 뼈대다. 

조례에 따르면 천안시장은 ①길고양이 보호·관리 ②길고양이 교육·홍보 ③길고양이 급식·시설 ④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⑤그 밖에 길고양이 보호․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 길고양이 보호·관리 계획을 3년 마다 수립 시행해야 한다. 또 천안시장은 길고양이 보호·관리, 그리고 시민과 길고양이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천안시 길고양이 보호·관리협의체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천안시장은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해서 중성화한 후 재방사하는 사업(아래 TNR)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반영했다. 오히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이라면 반길만한 조례였다. 실제 조례를 심의하는 경제산업위 회의실엔 이른 아침부터 캣맘들이 모여들어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4일 이 조례는 6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보류로 결론났다. 그러나 복 의원은 재상정하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기자는 조례 보류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7일 천안시의회에서 복 의원을 만나 조례가 미친 파장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길고양이 갈등은 결국 '사람 사이의 갈등'"

- 길고양이 보호조례는 이대로 끝인가? 

"그렇지 않다. 오는 11월 재상정할 예정이다. 연말 마지막 회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찬반 토론을 거치며 조례를 다시금 다듬고자 한다."

- 이 조례 발의 후 온·오프라인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혹시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예상했다. 하지만 찬반 논란, 특히 반대가 이토록 심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개-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는 문제도 함께 다루고자 했었다. 만약 이 문제까지 올렸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길고양이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로 다가왔다.
ⓒ 지유석
 
- 조례에 반대하시는 분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길고양이만 딱 집어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로 모아진다.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길고양이는 20, 30년 전엔 도둑고양이로 불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동네고양이로 불리지 않을까?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공공영역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해 줄 것이라 누가 예상했을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 천안시는 도시정비구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실시될 경우 길고양이를 이주시키도록 강제규정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이런 경우는 천안시가 유일하다. 과거에 이런 일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런데도 반대하시는 분들은 아무 말씀 없다. 

앞으로 20, 30년 뒤 어떤 시대적 요구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두고 사람이 요구하는 바는 크다. 궁극적으로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은 사람 사이의 갈등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행정이나 법제도로 풀어가야 하는데, 이런 역할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고양이 급식소, 무분별하게 늘리자는 게 아냐"

- 길고양이 급식소 문제를 살펴보자. 경우에 따라선 방치에 가깝게 관리상태가 엉망인 곳도 있다.

"조례를 발의했지만, 길고양이 급식소를 무분별하게 늘리자는 게 아니다. 이 점은 분명 반대한다. 무엇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구상, 운영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공공에서 급식소를 설치해주지만 급식과 주변환경 정비는 자원활동가의 몫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관리 주체는 명확해야 한다. 급식소는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중성화사업(TNR) 이야기도 지나칠 수 없겠다. 사실 전국적으로 중성화사업을 하는데, 여기에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다. 안락사도 100% 세금으로 한다." 

- 향후 조례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무엇보다 토론회 등 조례를 설명하는 장을 마련해 다시금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반대하는 모든 분들이 참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고민 중이다. 

걱정스러운 건 온라인상 공격 발언 수위다. 발언 수위가 너무 강하다.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를 알게 됐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의견이 올라와 있었고 이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런 이유로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예전에 소비자 물가동향을 공부했었는데, 그때도 뼈저리게 느꼈다. 

지방자치·지방분권 시대라고 하지만, 찬반 대립이 첨예한 의제가 떠오르면 국회나 정부기관에 의존한다. 이런 대목이 늘 아쉽다. 지방의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궁극적으로 재정분권에까지 이르러야 시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소비자 물가동향·공공요금 등을 공부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방행정과 의회가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고 이를 제도로 반영하는 게 시의원으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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