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1000명 언급 없었다…尹 "의사들 형사 리스크 줄여야"

신성식, 채혜선, 남수현 2023. 10.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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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기자협회

의대 정원 확대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규모·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정원 확대 방침은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필수·중증·지역 의료 정상화가 국정과제이다. 의사 수 확대가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속도를 늦춘 이유는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 때문으로 보인다. 신영석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의료계의 우려를 줄여나가는 과정을 밟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5학년도 정원에 반영하려면 내년 4월까지 확정하면 돼 시간적 여유는 있다. 윤 대통령의 정원 확대 의지가 확고해 연내에 공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아서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고 한다. 다만 소통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소통 방안, 정원 확대 방식을 내놨다. 충북대·강원대(이상 49명), 제주대·울산대·성균관대(40명) 등 '미니 의대'의 신청을 받아서 교육 인프라를 갖췄는지 실사·점검해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대가 자율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를 갖춘다. 또 부족한 부분은 국립대병원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니 의대와 국립대 의대 중심의 정원 확대 방침이 확인됐다. 조희숙 강원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의대 정원은 진작 확대했어야 하는데, (구체적 숫자가 안 나오면서) 정부 방침이 희석되고 모호하게 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의사 달래기'에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관련해서 송사에 늘 휘말리고 법원·검찰청·경찰서를 왔다갔다 하게 되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책임보험 시스템 같은 것을 만들어서 기본적으로 형사 리스크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뇌 수술 같은 생명과 직결된 행위의 형사 처벌 특례는 의사협회가 줄곧 요구해온 것이다. 윤 대통령이 콕 집어 반응한 것이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국립대병원 중심의 지역의료 완결체제 구축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립대병원이 그야말로 거점이 돼서 선도 역할을 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양한 대책을 냈다. 국립대병원을 지원해 대형 민간병원 수준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17개 국립대병원을 담당하는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바꾼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국립대 의대의 교수 정원은 대폭 확대하고 인건비 제한을 푸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은 규제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의사 임금이 민간병원과 벌어져 그만두는 경우가 잇따른다. 중환자실ㆍ응급실을 유지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데 건보 재정을 투입한다. 국립대병원을 광역 시·도의 책임의료기관으로 만들어 지역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총괄하게 지원한다.

전문가 평가는 호의적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완결 의료는 한창 된 얘기이다. 다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그런지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 실효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도 "방향은 맞는다"고 말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예방의학) 교수는 "국립대병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 대책인데, 그동안 될듯말듯 하다 이번에 확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의 가장 큰 취약점은 서울·수도권 쏠림이다. 지역 의료 생태계를 파괴한다. 하루 1만명 넘게 전국구 환자를 진료하는 서울 대형병원 의사도 괴롭다. 쏠림 대책이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종합적으로 나온 점은 평가할 만하다.

신재민 기자

그러나 지역의 민간병원·공립병원이 국립대병원 우산 속으로 들어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조희숙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민간병원을 아우를 행정수단을 준 게 아니다. 다른 병원에 돈이나 인력을 지원해야 중심 역할을 할텐데, 복지부가 국립대병원에 공공의료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돈이 한 곳당 6억 6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지금은 국립대병원과 다른 병원이 경쟁 관계인데, '모여라'고 해도 잘 안 될 것"이라며 "광역 시·도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채혜선⋅남수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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