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금리 7%대 육박…더 오를 3가지 이유
한국은행이 6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향후 더 오를 전망이다. 예금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돈을 구하는 비용이 늘고 있는 데다, 정부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주담대 금리 최고 7%까지 치솟아
잇단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예금과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데, 최근이 두 곳에서 모두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만기도래에 100조원 예·적금 또 수신 경쟁
우선 예금시장은 1년 전 출시했던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수신 경쟁이 다시 붙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자금을 구하기 위해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이 영향에 제2금융권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갔다. 금융권 추산으로 지난해 4분기 금융사들이 수신한 자금은 약 100조원에 달한다.
보통 1년인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금융사들이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상품 평균금리는 연 4~4.05%로 모두 4%가 넘었다. 지난달까지는 평균 연 3.65~3.7%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0.3%포인트 올랐다.
예금이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금융권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이날 저축은행 전체 1년 만기 예금 평균금리는 연 4.24%로 지난 3월 19일 평균 금리(3.74%)와 비교해 0.5%포인트 급등했다.
치솟는 미 국채 금리에 채권시장도 과열
실제 은행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4.713%를 기록했다. 해당 금리는 지난 5월 4%를 갓 넘어섰지만, 이후 상승세를 기록하다 최근에는 5%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 채권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은행채 발행과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출 억제 기조에 금리 낮추기 힘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대출금리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늘려왔다. 하지만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억제책을 발표하면서 가산금리를 다시 올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따라 올라간다”면서도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은행 입장에서 가산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 뒤늦게 반영…더 오를 것”
대출금리 인상 추세가 앞으로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긴축기조가 당분간 쉽사리 바뀌기 힘든 데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해 온 시장이 최근에서야 시장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신규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및 인하를 반영해 3.44%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9월에는 이보다 0.38%포인트 오른 3.82%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지 않거나 곧 떨어질 거란 기대를 성급히 심어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기대로 그간 반영하지 않았던 금리 인상분이 최근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당분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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