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금리 7%대 육박…더 오를 3가지 이유

김남준 2023. 10.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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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6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향후 더 오를 전망이다. 예금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돈을 구하는 비용이 늘고 있는 데다, 정부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주담대 금리 최고 7%까지 치솟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붙은 금리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39~7.13%로 집계됐다. 우대금리까지 포함한 실제 취급금리는 이보다 더 낮지만, 일단 상품에 기재된 대출금리의 상단은 연 7%를 넘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3.99~6.82%)와 신용대출 금리(4.94~6.61%)도 상단이 7%대에 육박했다.

잇단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가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예금과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데, 최근이 두 곳에서 모두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만기도래에 100조원 예·적금 또 수신 경쟁


우선 예금시장은 1년 전 출시했던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수신 경쟁이 다시 붙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9월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자금을 구하기 위해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이 영향에 제2금융권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갔다. 금융권 추산으로 지난해 4분기 금융사들이 수신한 자금은 약 100조원에 달한다.

보통 1년인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금융사들이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상품 평균금리는 연 4~4.05%로 모두 4%가 넘었다. 지난달까지는 평균 연 3.65~3.7%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0.3%포인트 올랐다.

예금이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금융권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이날 저축은행 전체 1년 만기 예금 평균금리는 연 4.24%로 지난 3월 19일 평균 금리(3.74%)와 비교해 0.5%포인트 급등했다.


치솟는 미 국채 금리에 채권시장도 과열


김영희 디자이너
채권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스라엘 전쟁의 여파로 미국 장기채 금리가 최근 치솟으면서, 이에 영향을 받는 채권금리도 기준금리 동결과 상관없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예금시장에서의 과도한 수신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한 것도 채권 금리를 자극했다.

실제 은행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4.713%를 기록했다. 해당 금리는 지난 5월 4%를 갓 넘어섰지만, 이후 상승세를 기록하다 최근에는 5%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 채권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은행채 발행과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출 억제 기조에 금리 낮추기 힘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대출금리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늘려왔다. 하지만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억제책을 발표하면서 가산금리를 다시 올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따라 올라간다”면서도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은행 입장에서 가산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는 분위기도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 뒤늦게 반영…더 오를 것”


대출금리 인상 추세가 앞으로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긴축기조가 당분간 쉽사리 바뀌기 힘든 데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해 온 시장이 최근에서야 시장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신규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및 인하를 반영해 3.44%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9월에는 이보다 0.38%포인트 오른 3.82%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지 않거나 곧 떨어질 거란 기대를 성급히 심어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기대로 그간 반영하지 않았던 금리 인상분이 최근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당분간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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