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격기 'B-52H' 전례 없는 韓 착륙…北 '특별관리' 들어갔다

이근평 2023. 10. 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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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충북 청주 한 공군기지 활주로에 미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56m 날개에 8개 엔진을 단 모습이 ‘미 역사상 가장 육중한 폭격기’라는 명성에 걸맞았다. 미 루이지애나에서 19시간 동안 비행해 한국에 도착했다는 스트래토포트리스에는 실제 핵무기가 실려 있을지도 모른다. 미 공군 관계자는 “(핵 탑재 여부를) 확인해줄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19일 충북 청주시 한 공군기지에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착륙해 주기돼 있다. B-52 폭격기는 국내 공군기지에 처음으로 착륙을 했다. 국방일보

B-52H 국내 첫 착륙과 언론 공개 행사

이날 미군의 B-52H 언론 공개는 전격적이었다.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B-52H가 한반도에 출격한 적은 종종 있지만 괌 등 미군 기지로 복귀하지 않고 국내 기지에 착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버네사 윌콕스 미 공군 제96원정폭격비행대대장(중령)은 “한국 공군기지 첫 착륙은 우리가 한국과 진정으로 통합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19일 미군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포트리스'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해 있다. 주한미군은 이날 B-52H의 착륙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일보


B-52H가 한반도에서 전례 없는 행보에 나선 건 대북 경고 메시지의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B-1B '랜서',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B-52H는 1만5000m 상공에서 마하 0.5~0.7 속도로 6200㎞를 날아가 폭격 임무를 수행한 뒤 복귀할 수 있다고 한다.


연이은 공개 행보, 핵 투발 시사하며 대북 경고 메시지

특히 전술핵 등 32t의 폭탄도 떨어뜨릴 수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한반도 상황이 엄중해질 때면 B-52H 출격 카드를 꺼내들고 유사시 언제든 북한에 핵 투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곤 했다. 이날 미군 관계자가 핵 탑재 여부를 부정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B-52H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공개적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북 억제 의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B-52H는 지난 17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개막식 축하비행 후 우리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와 연합 공중훈련을 한 뒤 청주기지에 내렸다.

지난 17일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군


오는 22일에는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일 3국 연합 공중훈련에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이 중첩되는 구역에서 한·일 전투기와 편대를 이뤄 가상의 적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두 개 전장 관리하는 美, 북한 도발 가능성 ‘특별 관리’

군 안팎에선 B-52H 등을 투입한 한·미·일 훈련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과도 연관돼 있다는 시각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미국은 2개의 전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틈을 타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3국 공조로 전방위적인 압박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레이첼 부이트라고 미 7공군 공보실장(소령)은 “이번 기회로 한국 국민에게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언제든 날아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일 김승겸 합참의장이 핵무기 탑재 가능한 미 전략 폭격기 B-52H가 한반도에 최초로 착륙한 공군 전투비행단을 찾아 작전 수행 태세를 점검하고 한미 장병들 격려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승겸 합참의장이 정상화 공군참모총장과 케네스 윌스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을 비롯한 한미 작전요원들과 미 전략폭격기 B-52H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이날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청주 기지를 찾아 확장억제 작전수행 태세를 점검했다. 김 의장은 “B-52H 전략폭격기 전개는 고도화되는 적의 핵위협 상황에서 미국의 철통같은 한반도 방위 및 확장억제 공약 이행 의지와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 뒤 “만일 적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청주=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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