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확산에 미국채 쇼크…'겹악재'에 아시아 증시 파란불
19일 아시아 금융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는 2% 가까이 급락하며 2410대로 밀렸다. 코스닥은 3% 이상 폭락하며 800선이 또 무너졌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산재한 국내외 불확실성이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확산에 미국 국채 금리 쇼크가 겹쳤다. 국내에선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매파적 동결’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46.8포인트) 하락한 2415.8로 장을 마쳤다. 하락세를 이끈 건 기관과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었다. 이날 기관(-2482억원)과 외국인(-1606억원)은 코스피 시장에서 408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낙폭은 더 컸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07%(24.85포인트) 급락한 784.04로 마감했다. 7거래일 만에 800선이 깨졌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2.46% 급락한 1만7295.89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1.91%)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74%)도 2% 가까이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요동친 데는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 영향이 크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오른 연 4.91%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9%를 뚫은 것은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미국의 견조한 민간 소비와 고용시장이 미국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확산도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키우는 요인이다. 중동 전쟁의 확전 우려는 유가는 물론 안전자산이 금값 오름세를 부추겼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1.66달러(1.92%) 오른 배럴당 88.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들썩이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18일 온스당 196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전인 이달 6일(온스당 1845달러)과 비교하면 6% 이상 뛰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국내 증시 하락 폭이 컸던 건 이 날 금융통화위원회의 ‘매파적 동결’도 한몫했다. 19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후 나온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증시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유가 상승으로 한국의 물가 상황도 불안해진 영향이다.
이 총재는 “8월에 예측했던 물가(상승률) 하락 경로보다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이전에도 유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물가 하락 속도가 늦어지면 추가 금리 인상은 없더라도, 금리 인하 시기는 뒤로 밀릴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중동 긴장이 추가 금리 인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해 (국내 증시의) 낙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중동 사태는 물가를 자극하는 유가와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외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동 전쟁 확산 우려에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겹치며 아시아 금융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특히 국채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 이어져 엔화 등 아시아 지역 통화가치 하락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강세로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7.8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357.4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저점을 기록한 지난 4일(1363.5원)이후 가장 낮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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