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리스크에 시장 요동...美10년물 4.9%, 국제유가 2% 급등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금융시장은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요동쳤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902%로 장을 마쳤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9% 위로 올라선 것은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 2년물 금리도 2006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98%)와 S&P500지수(-1.34%), 나스닥지수(-1.62%)가 전장보다 내렸다. 미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도 2000년 이후 처음으로 8%를 찍었다.
국채금리가 연일 급등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고용의 호조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의 9월 소매 판매는 전월(8월)보다 0.7% 증가하면서 시장의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는 "대부분 지역에서 여전히 숙련 노동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정부가 예산 지출을 감당하려 국채 발행량을 늘린 점도 금리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높은 국채 금리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더 많은 보상(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금리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커진 점도 금리 상승 압박 강도를 높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92% 오른 배럴당 88.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77% 오른 91.49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악화한 데다 이란 측에서 강경 발언이 나온 여파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슬람 국가의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은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레바논 무장 조직 헤즈볼라는 18일을 '분노의 날로 삼자'며 중동 긴장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돈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Fed의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물가를 목표(2%)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금리가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금융 환경을 경색시키고 있지만, 이로 인한 긴축 효과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금리를 견디지 못할 기업들이 우려된다"(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은 오는 19일 제롬 파월 Fed 의장 발언을 기다리고 있다. 21일부터는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금지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한다.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는 등 거시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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