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지지했지만…바이든, 하마스 섬멸에 단 '조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아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하마스 섬멸 작전에 ‘조건’을 달았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영국의 타임스는 이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가 비공개 회담에서 바이든으로부터 지상전(a ground invasion)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단 바이든 대통령은 방문 기간 중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중요하다. 향후 경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을 강행할 경우 장기 점령은 불가하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일종의 조건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테러리스트는 승리 못해”
영국 타임스는 “바이든은 (비공개 회담에서) 네타냐후에게 실전 공격에서 어느 정도의 절제를 요청했으며, 가자 지구에 인도주의적 물자를 들여보내는 것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확전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알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회의에서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계획을 반대하지 않았지만, 국제적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미국은 “하마스의 테러에 대응하는 건 이스라엘의 권리”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발신해 왔다. 이런 점에서 향후 어떤 수순을 선택할지는 이스라엘로 넘어가게 됐다.
NYT “바이든, 지상전 최대한 지연 의도”
이스라엘 입장에선 지상전 강행 여부는 현재 하마스에 잡혀 있는 200명에 가까운 인질 문제와 직결돼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인질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에겐 국내 정치 문제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며 현재 이스라엘·미국은 양국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지하 도시에 있는 자국 인질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을 것이며, 지상군 투입 시기도 여기 달려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제 시기는 연말을 넘기진 않겠지만, 한번 들어가면 외과수술식의 신속한 작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지상전이 머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스라엘·가자 접경 지대에 나가 있는 제레미 보웬 영국 BBC 국제전문기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정상 외교가 펼쳐지는)지난 며칠 동안 가족들을 만나러 오라고 휴가를 받았다”면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독일에 이어 영국까지 해외 정상들의 방문이 끝나면, 이스라엘이 곧바로 지상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고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최악 시나리오는 헤즈볼라 개입
간츠 전 장관은 현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 “남쪽에서의 전쟁, 필요하다면 북쪽이나 다른 곳에서도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재건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쪽의 전쟁’은 하마스 지상전을 의미하고, 북쪽 전선은 이스라엘 북부·레바논 남부를 근거지로 하는 헤즈볼라를 겨냥한 발언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시작되면 헤즈볼라가 분명히 개입하려 할 것”이라며 “헤즈볼라의 대규모 개입은 곧 이란의 참전을 의미하기 때문에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쟁이 전개될 것이며, 여기에 미국까지 대응하면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전쟁이 수 년간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앞서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저항의 축들이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며 헤즈볼라의 개입을 거론했다. 그는 “가자 지구에 대한 잔학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이란은 단순히 관찰자로 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전했다”라고도 했다. 하마스·헤즈볼라 역시 서로를 돕겠다고 발표했다.
“전쟁 이후 가자 점령 말라” 재차 강조
이와 관련 간츠 전 장관은 현지 언론에 “우리의 목표는 재건”이라며 “이게 완성돼야 최종적인 승리”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의 미래와 관련해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이 “이번 전쟁이 끝나면 가자의 영토가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타임스는 이를 두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작전을 마친 뒤, 가자 지구의 거주 지역을 줄여 완충지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수완 한국외대 중동이슬람 전략 교수는 “향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이끄는 파타당이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이스라엘이 협업·관리 하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면서 “서안지구에 이어 가자지구까지 파타당의 손에 들어가면, 팔레스타인 내 이들의 지지기반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내 하마스와 파타당은 오랜 역사에 걸쳐 통치권을 놓고 피의 경쟁을 벌여왔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나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하마스는 2006년 이후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파타당과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정·김민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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