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벼 밑단 낫으로 잘라내고 무게 측정”…쌀값 움직이는 ‘생산량 조사’ 가보니
표본구역 선정 후 예취…전 과정 거쳐 통계 반영
쌀값 안정 ‘바로미터’…연중 수작업으로 조사 진행
쌀 생산량 11월 발표…2025년까지 ‘전자조사’ 구축
지난 18일 경상북도 상주시 함창읍 오사리 일대 논밭(2500㎡). 수확 시기를 맞아 황금빛으로 물든 논밭 사이로 벼 이삭이 누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날 동북지방통계청 소속 조사원들과 관계자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형일 통계청장도 쌀 생산량 조사 현장을 찾아 고무장화를 신고, 밀짚모자, 토시, 장갑, 낫 등 여러 장비를 챙겨 논밭으로 향했다.
벼 수확 시기가 되면 통계청 산하 지방사무소는 매년 바쁜 순간을 보낸다. 전국 700여명 직원들은 농업현장을 다니며 생산량 조사를 실시한다. 통계청은 매년 9~10월 쌀 생산량을 실측으로 조사해 11월 중순에 쌀 생산량을 발표한다. 이는 시장격리 물량 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시장격리 물량에 따라 쌀값과 농가소득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쌀 생산량 조사결과 발표는 농업계를 포함한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인다. 특히 발표된 통계 자료는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에서 분석한 뒤 가격 안정책을 내놓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논벼, 양파 등 16종 생산 관련 조사 가운데 가장 큰 손길을 거치는 건 단연코 쌀 생산량 조사다. 쌀은 다른 작물과 달리 예상 생산량 조사와 더불어 최종 생산량 조사까지 시행하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 조사는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표본 필지 A와 B 2개 지점을 선정한다. 대표성을 띠는 표본을 뽑아 전체를 측량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다. 정교한 계산을 요해 조사원 중 베테랑 직원이 나선다.
쌀 생산량 조사 이렇게…예취·탈곡·건조 등 ‘분주’
실수확량 조사의 첫 단계는 각각 3㎡의 직사각형 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정하는 것이다. 통계청 직원들과 기자들은 벼를 최대한 밟지 않게 노력하며 조심스레 해당 구역으로 이동했다. 기준점을 정하고 ‘생산량조사 표본포구 깃발’이라고 적힌 파란 깃발을 꽂았다. 구역을 확인한 뒤 포기를 기준으로 좌, 우 1포기씩 총 3포기를 베는 길이만큼 직사각형의 크기를 표시했다.
표본구역이 선정되면 잘 익은 벼를 논바닥에서 약 5~7㎝ 정도의 길이를 남기고 예취(곡식이나 풀을 베는 것)한다. 표본추출 기본은 수작업을 요하기 때문에 능숙한 조사원 손길이 필요하다. 이 청장은 이날 예취 작업을 직접 체험해 보겠다고 나섰다. 허리를 숙이자 노랗게 익은 벼 사이에 가려진 그는 낫을 이용해 표본곡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이 청장은 “감자나 양파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어려운 작업이다 보니 힘든 편”이라며 “수작업을 통해 조사하는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과 조사원이 예취한 벼는 푸른색 탈곡기 앞에 놓였다. 벼 이삭에서 낟알을 떨어내기 위해서다. 수거한 낟알 들은 섞여 있는 쭉정이나 가락 등을 날리기 위해 풍구로 향했다. 바람에 의해 분류된 조제벼(생벼)는 무게를 잰 뒤 수분함량이 15% 내외가 되도록 건조를 거친다. 이후 도정기를 이용해 왕겨(벼 껍질)를 제거한 현미로 제현한다. 현미는 수확한 벼에서 1번 벗겨낸 쌀이고 백미는 정미소에서 도정을 거쳐 10번 이상 벗긴 쌀이다.
제현된 쌀은 선별기를 통해 1.6㎜ 이상(현미), 이하(설미)로 나눠 각각 중량을 측정한다. 이는 밥을 지을 수 있는 정곡(도정한 쌀)로 도정할 때 1.6㎜ 이상만 쌀인 된다는 기준에 따라서다. 마지막으로 수분측정기를 활용해 현미조사용 재료를 2회에 걸쳐 수분함량을 파악한다. 이를 기반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산출하고 재배면적을 가중치로 활용해 총생산량을 추정한다. 논벼 생산량 조사표에는 조제벼 중량과 8분의 1의 중량, 볏짚, 피해 상황, 현미 크기별 중량, 수분함량, 10a당 생산량 등이 표기된다.
논벼 외에도 양파, 감자, 무, 배추 등 각종 농작물생산조사는 연중 이뤄진다. 전국 각지 약 1만개 필지를 대상으로 4월에서 12월 사이에 진행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는 통계법에 따라 조사에 응해야 하지만 원활한 조사를 위해선 허락한 경작자와 유대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북지방통계청 관계자는 “조사를 마친 벼는 경작자에게 돌려주거나 기부할 때도 있다”며 “조사 협조를 구하거나 다음에도 조사에 응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농가 일손을 돕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벼 생산량 더 정확하게… 통계청, ‘전자조사’ 구축
통계청은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대응하고자 올해부터 농작물 생산조사 편의를 높이기 위해 농업면적을 기초로 하는 디지털 공간정보(GIS)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조사원이 조사표를 현장에 들고 나가 수작업으로 값을 기록해 계산했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개발해 오는 2025년까지 현장에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태블릿에 조사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해 표본구역과 재료, 채취 간격 등을 자동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농업통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위성영상자료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영상판독 연구개발사업을 항공우주연구원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스마트 농업 확산을 추진하는 농촌진흥청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청장은 “다음 달 14일 전국 쌀 생산량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통계청은 농업통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 이용자인 국민과 이용자 등의 요구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신뢰받고 발전하는 통계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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