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20시간 감금됐던 노부부의 생존 비결…"인질범에 식사 대접"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택에 침입해 자신을 인질로 잡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을 달래 20시간을 버티다 무사히 살아남은 이스라엘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AP 통신 등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가자지구 경계에서 약 40㎞ 떨어진 마을 오파킴에 사는 라헬 에드리(65) 할머니다.
당시 수류탄을 찬 하마스 대원 한 명이 라헬 할머니의 얼굴을 총 손잡이로 내려치는 등 위협을 가했으나 라헬 할머니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음식 주고 대화해 긴장 허물어
자택에 침입해 자신을 인질로 잡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을 달래 20시간을 버티다 무사히 살아남은 이스라엘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AP 통신 등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가자지구 경계에서 약 40㎞ 떨어진 마을 오파킴에 사는 라헬 에드리(65) 할머니다. 라헬 할머니는 남편 다비드 에드리와 함께 이곳에서 41년간 살아왔다.
하마스가 동시다발로 기습 공격을 벌인 지난 7일 오전 에드리 부부의 집에도 무기와 수류탄으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 5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노부부를 2층 침실에 가뒀다. 라헬 할머니는 하마스 대원들에게 "내가 당뇨가 있어 인슐린 주사를 가져와야 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들의 감시망을 조금씩 허물었다.
당시 수류탄을 찬 하마스 대원 한 명이 라헬 할머니의 얼굴을 총 손잡이로 내려치는 등 위협을 가했으나 라헬 할머니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먼저 하마스 대원들에게 그들의 가족에 대해 묻고 차와 쿠키, 제로 콜라 등을 대접하며 조심스럽게 무서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인질범들이 제로 콜라가 아닌 일반 콜라를 원하기도 했으나 "내가 당뇨가 있어서 집에 제로 콜라밖에 없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라헬 할머니는 "그들(하마스) 중 한 명은 나를 보고 자신의 엄마가 떠오른다고 했다"며 "그래서 그에게 '정말로 난 네 엄마와도 같다. 내가 널 도와주고 돌봐주겠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음식을 먹고 나자 그들은 훨씬 진정됐다"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잠시 잊기도 했다"고 말했다.
몇 시간이 흘러 오후 4시를 넘기자 라헬 할머니는 이들이 또 배가 고플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들에게 점심까지 차려줬다. 라헬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인질범들은 차려진 음식을 마치 말처럼 아주 많이 먹었다.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는지 인질범 중 한명은 이스라엘 가수의 히브루어 노래를 불렀다. 이에 라헬은 이집트 가수의 아랍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스라엘 경찰, 하마스 대원 사살하마스 대원들이 방심하던 틈을 타 에드리 부부는 경찰에 하마스 대원들이 집을 점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래 알릴 수 있었다. 경찰관인 아들 에비아타르 에드리가 집안 구조를 직접 그려 구조대의 진입을 도왔다. 결국 에드리 부부는 감금 20시간 후인 지난 8일 새벽 구조됐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경찰의 총에 사살됐다. 또 구출 과정에서 집이 파손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 라헬 할머니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텔아비브 거리에는 라헬의 얼굴과 강인한 여성을 상징하는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의 이미지를 합친 벽화가 등장했다. 또 AP 통신은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라헬을 적군 장수를 살해하기 전에 그에게 음식을 대접한 유대교 성경 속 인물인 야엘(Yael)에 빗대기도 한다고 전했다.
라헬은 18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다른 하마스 공격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들도 참석했는데 라헬은 바이든 대통령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NYT는 라헬의 생존기를 전하며 "공포의 순간에서 이 평범한 이스라엘 할머니는 전형적인 할머니다운 행동을 했다"며 "그는 자신의 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음식을 권했다. 이는 기댈 곳이 필요한 지금 이 나라 사람들의 눈에 띌 만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생김새도 냄새도 다 역겨워"…한국 다녀간 칸예 아내, 때아닌 고통호소 - 아시아경제
- 손 잡고 엉덩이 토닥토닥…시아버지 과도한 스킨십에 며느리 난감 - 아시아경제
- "여자 두 명이 떡볶이 먹다가…" 잠실야구장 '인분 사건' 해프닝 - 아시아경제
- 발가벗고 씻는 모습 홍보용으로 올린 목욕탕…업체 측 "우리가 올린 것 아냐" - 아시아경제
- 도로에 웬 막대기? 다가가니 사람 다리…경찰 눈썰미에 80대 구조 - 아시아경제
-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알츠하이머 증상 김창옥, 단기 기억 상실 고백 - 아시아경제
- 알바생 속옷 잡아당겨 엉덩이 끼게 한 업주·직원, "놀이문화" 항변했지만 - 아시아경제
- "할 말을 잃었다"…전자발찌 차고 TV쇼 나온 '800억 가짜 상속녀' - 아시아경제
- 홍삼도 과일도 아니었다…폭염 추석에 불티 나게 팔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승무원은 모두 알고 있다"…기내 커피의 '더러운 비밀'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