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회장 "'잘못된 정보'의 시대…저널리즘 중대 도전"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은 “지금은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이란 매우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NYT의 목표는 진실을 찾고 사람들이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슐츠버거 회장은 19일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코리아중앙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NYT가 품격 있는 언론(quality journalism) 이자 독립된 저널리즘을 향하는 길을 찾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Q : 내년 미국 대선, 한국 총선 등을 앞두고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A :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란 표현은 잘못됐다. 그러나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이라는 매우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중요한 점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소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편한 질문을 던져 사람들이 모든 진실을 알게 하고 민주주의 사회가 그들에게 의존할 수 있어야 한다.”
Q : 진실을 찾는 역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 “지금은 잘못된 정보의 시대(era of misinformation)다. 품격 있는 언론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형성이 전통적 언론과 유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구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치인들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전 세계의 많은 정치인들은 ‘가짜 뉴스’라거나 ‘국민의 적’이라는 등의 수사를 동원해 기존의 저널리즘을 악마화해왔다.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위한 이러한 행동은 한마디로 반애국적인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리더라면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알아야 한다.”
슐츠버거 회장은 2020년 홍콩에 있던 디지털 뉴스본부를 서울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 등을 제정하는 기류에 맞춘 조치다. 슐츠버거 회장은 홍콩 지사 기능의 서울 이전 배경에 대해 “언론 자유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Q : 서울이 NYT의 아시아 디지털 허브로 정해진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A :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해 우리의 디지털 허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한국이 가장 완벽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국은 언론에 자유에 대한 강한 보호장치가 갖춰져 있다. NYT는 위치한 국가, 정부와 좋은 파트너이자 좋은 멤버가 되고자 한다. 한국에 많은 미디어 파트너가 있고, NYT가 와있는 사회에 대한 투자를 보여주려고 한다.”
NYT는 세계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언론으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2014년 ‘디지털 전환’과 ‘유료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를 내고 미디어 업계의 성격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핵심은 ‘뉴욕타임스=종이신문’이라는 공식을 깬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NYT 유료 구독자 수는 1000만명에 근접했다. 이중 디지털 유료 독자의 비중은 종이신문 구독자의 10배를 넘는다. 매출 면에서도 디지털(9억7850만 달러) 분야가 전통적인 종이신문을 통한 매출(5억7370만 달러)을 2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2014년 NYT의 매출이 디지털 수익 1억 6930만 달러, 인쇄분야가 8억3650만 달러로 구성됐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특히 “미디어 업계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체 매출도 1.5배 가량 늘어났다.
Q : 디지털 혁신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화의 변화(culture shift)다. NYT가 취재하고 보도하는 세상과 사람들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언론의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민을 했고, 그 결과가 2014년 혁신보고서다. 변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예를 든다면, 150년, 160년동안 NYT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종이신문의 ‘1면톱’ 기사였다. 기자들도 1면톱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NYT가 시작한 팟캐스트가 됐다.”
슐츠버거 회장은 중앙일보 인터뷰 이후 이어진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The Threat to the Free Press)’이란 주제로 이어진 특별 강연에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 자유의 중요성과 미디어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했다.
그는 “미디어 업계,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틀림없다”고 전제했다. 슐츠버거 회장은 “과거 몇십년 안에 절반에 가까운 미디어 종사자들이 직장을 일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잘못된 정보, 프로파간다를 전달하는 강력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며 “몇 년 안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된 정보가 90% 이상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슐츠버거 회장은 일부 정치권이 전통 미디어를 향해 ‘가짜 뉴스’로 몰아세우는 상황을 언급하며 “일부 정치인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길을 잃게 됐고, 이러한 상황이 저널리즘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작점”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자유는 누군가에게 가장 불편하더라도 사회와 국가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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