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챔피언십, 400평 그린 위에서의 퍼팅

성호준 2023. 10. 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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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슨 리가 6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그린이었다.”

19일 경기 파주 서원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친 재미교포 엘리슨 리의 말이다. 서원힐스의 평균 그린 크기는 1115㎡로 약 337평이다. 가장 그린이 큰 홀은 13번 홀로 407평이다. 가장 작은 홀도 291평이다.

4언더파를 친 김효주는 “다른 LPGA 투어 코스의 그린은 길이가 30야드 정도인데 여기는 50야드가 넘기도 하다. 핀이 그린 앞쪽에 꽂히면 웨지로 치고 뒤에 꽂히면 미들아이언으로 쳐야 할 정도로 그린이 큰 홀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린 면적이 큰 대표적인 골프장은 골프의 고향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다. 두 홀이 한 그린을 공유하는 더블그린이 7개 있다. 이 더블그린의 평균 면적은 무려 2068㎡(약 625평)다.

마스터스를 여는 오거스타 내셔널(평균 598㎡)의 3.5배다. 그린이 작기로 유명한 골프장은 올해 US오픈이 열리는 페블비치(평균 325㎡)다. 올드 코스 더블그린이 페블비치 그린보다 6.4배 크다.

올드 코스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골프장은 전반적으로 그린이 크다. 내장객이 많기 때문이다. 작은 그린은 많은 골퍼의 발자국을 견디기 어렵다.

골프코스 설계 및 건설사인 JDGA의 하종두 대표는 “400㎡의 그린은 1년에 4만명 정도의 내장객을 받는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500㎡ 이하다. 한국은 내장객이 1년에 8~9만명이기 때문에 800㎡가 넘는 골프장도 많다”고 말했다.

카스카디아, 설해원 레전드 코스 등을 설계한 안문환 씨는 “전세계적으로 그린이 커지는 추세이지만 그린이 너무 크면 샷밸류가 떨어지고 게임이 단순해질 수 있다”고 했다.

BMW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성적이 좋았다. 비가 와서 공을 닦고 칠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했고 그린이 부드러워 공을 잘 받아줬다. 게다가 공식 전장(6647야드) 보다 짧은 6500야드 정도에서 경기했다. 또한 그린이 크기 때문에 그린 적중률이 매우 높았다.

김효주가 19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 6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10언더파 62타를 친 선두 애슐리 부하이의 그린 적중률은 89%였다. 2위 알리슨 리의 그린적중률은 100%였다. 8언더파 공동 3위 후루에아야카와 이민지의 그린적중률은 각각 89%, 94%였다.

상위권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린적중률이 높았고 퍼트 감이 좋은 선수가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톱 10에 든 선수는 7언더파 공동 5위인 유해란 뿐이었다. 김효주와 이정은6, 안나린, 아마추어 박서진이 4언더파 공동 16위다. 세계 랭킹 3위 고진영은 2오버파 공동 74위로 하위권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KLPGA 투어에서 LPGA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독자 대회를 열고 소속 선수들의 LPGA 대회 출전을 금지해 리더보드 상위권에 한국 선수가 줄었다.

이날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상상인, 한국경제TV오픈 1라운드에서는 임희정이 7언더파 선두, 황유민, 김수지, 박결 등이 6언더파 공동 2위다.

임희정은 KLPGA 투어가 소속 선수들의 LPGA 출전을 금지하기 직전인 2021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고진영과 연장전을 벌였다. 임희정과 황유민 등은 L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LPGA 투어로 갈 기회 중 하나인 BMW가 아니라 상상인 오픈에서 경기하고 있다.

김효주는 “오늘 경기가 상대적으로 쉬웠고 한국 선수들이 앞서 나가지 못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4라운드가 끝난 후 성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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