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또 '돌연사' 발언한 최태원…SK 연말인사도 앞당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식에서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다.
엑스포+글로벌 경영 ‘두 마리 토끼’ 잡아라
매년 10월 열리는 CEO 세미나는 확대경영회의(6월), 이천포럼(8월)과 함께 SK그룹의 주요한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3대 연례회의다. CEO 세미나에선 시기상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성과와 내년 경영 전략을 점검하는데, 올해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파리에서 열렸다. 올해 주요 화두가 글로벌 경영인 데다 다음 달 28일 파리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최종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최고경영진이 프랑스를 포함한 각국을 오가며 부산 엑스포 유치 총력전을 펼치기 위한 선택이다. 이번 행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이 ‘서든 데스’를 언급한 건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당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slow’)가 아니라 ‘서든 데스’ 될 수 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현재 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와 SK가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미·중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적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 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의 경력 관리를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SK 아메리카’ 등 거점 법인 논의
최 회장은 이어 한 단계 고도화한 ‘글로벌 전략경영’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전략과 통합·연계한 사회적가치(SV) 전략 수립과 실행 ▶미·중 등 경제 블록별 글로벌 조직화 ▶에너지·AI·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 등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SK는 주요 글로벌 사업 거점에 그룹 통합조직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 2010년에도 최 회장의 지시로 당시 한창 사업을 확대하던 중국에 현지 사업을 총괄하는 ‘SK차이나’를 만들었다. 단순한 현지법인이 아닌 ‘제2의 본사’ 개념이다.
SK는 올 2분기 기준으로 총 536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북미가 239개(미국 235개, 캐나다 4개)로 가장 많고 중국(109개), 동남아(84개), MENAT(중동·북아프리카·터키 43개), 유럽(40개), 일본(14개), 중남미(7개) 순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에너지 분야 등에서 가장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북미에 통합법인이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SK 측은 “세미나 기간 중 CEO들은 주요 글로벌 시장에 그룹 통합조직 같은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유기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면 경쟁력과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성과주의’ 강화한 조기 인사 유력
최 회장은 주요 계열사 CEO에게 수익성 개선 방안과 통찰력 있는 미래 투자를 강도 높게 지시했다. 그는 “사업 확장과 성장의 기반인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라”며 “투자 결정 때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고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아가 거버넌스(지배구조) 혁신까지 여러 도전적 과제를 실행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했다.
미·중 갈등, 중동지역 위기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최 회장이 강한 혁신 의지를 드러내면서 통상 매년 12월 초에 실시했던 SK그룹의 임원 인사도 1주일가량 앞당겨질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인사는 엑스포 유치지가 결정된 직후인 30일쯤이 유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슈 등 글로벌 변수와 위기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을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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