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허물고 녹지로, 관건은 보상금…상인들 "내쫓길라" 한숨
서울시가 세운지구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수십년간 생계를 유지해온 상인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 ‘강제 수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종묘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상인들은 현실적인 보상과 이주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발계획 때 빠지지 않는 '녹지축'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과거 171개 구역으로 쪼개진 세운지구를 몇몇 구역으로 묶어 통합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전날(18일) 지하철 을지로 3·4가 역과 가까워 ‘노른자위’로 불리는 세운 3-2·3 등 3개 구역 재정비 계획안을 내놨다. 2만9000㎡(8700여평) 부지에 32층~41층짜리 복합 빌딩 5개 동을 짓고, 대규모 개방형 녹지(1만㎡)를 만들겠단 구상이다. 내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발표된 5-1·3구역 역시 핵심은 녹지를 품은 37층 높이 빌딩이었다.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21년 서울시가 1000억원을 들여 설치한 '공중 보행로'도 철거할 방침이다. 공중보행로는 당초 하루 1만3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 2000여명만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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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녹지축 만들 땅을 사들여야
하지만 토지확보가 관건이다. 사업을 추진 중인 민간 개발사가 세운상가군 토지 등을 사들인 뒤 공원을 만들어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그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땅값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울시 예산을 투입해 수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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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투입까지 검토하겠단 서울시
이에 오 시장은 “시가 매입하면 신속하게 처리되겠지만 엄청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며 “가급적 민간 역량 등을 활용해 재정투입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시도해보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재정투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민간개발이든 재정투입 방식이든 현실적인 보상과 이주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 땐 공시지가 등을 반영해 보상비가 정해진다. 시가에 미치지 못해 사업시행자와 원주민 간 첨예한 갈등 소지가 된다. 세운상가 일대 사업체는 3373개(2020년 기준)에 달한다.
익명을 요청한 전자부품가게 60대 사장은 “여기서 장사하는 영세상인은 대부분 수십 년씩 한 자리서 해왔다”라며 “시세대로 보상해주지 않으면, 어디 가서 그 돈으로 장사할 수 없다.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거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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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상 안 되면, 가만있지 않겠다"
상인들은 시세로 최근 인근에 분양한 H상가와 자주 비교한다. 세운상가시장협의회 측에 따르면 H상가 1층 3.3㎡(1평)당 분양가가 현재 1억3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임대료(33㎡)는 보증금 8000~9000만원에 한 달 560~580만원 수준이다. 세운상가는 실면적 10㎡(3평)짜리가 보증금 500~1000만원에 월 70~80만원 선이다.
안석탑 세운상가 시장협의회장은 “기존 세운상가 상인이 용산 나진상가나 구로 테트노마트로 옮겨가면서 상권이 무너진 것으로 안다”며 “세운상가군 주변에는 을지로 공구골목 등 상권이 형성돼 그나마 버틴다. 이주하려는 곳이 지금처럼 장사가 되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회장은 “또 보증금이 상당히 차이 나는데 영세상인 처지에선 이주가 어렵다”며 “만일 강제로 수용하겠다고 내몬다고 하면, 상인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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