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참관수업의 달라진 풍경, 절반이 아빠들입니다

유영숙 2023. 10. 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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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뒤 열린 첫 학교 방문 행사... 부모님들 모습에 '아빠 미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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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나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었다. 올해는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유예한다고 해서 학부모 공개수업도 없을 줄 알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상관없이 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학교 행사라 그냥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주 전부터 준비하며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담임으로서 1년 동안 가장 신경 쓰이는 행사가 학부모 공개수업이다. 그냥 평소 수업처럼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수업하는 것은 어색하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친정 엄마 앞이라고 해도, 공개수업은 부담이 된다.

수업 하루 전 글을 읽다가 학부모 공개수업에 가시는 학부모님 글을 읽었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교사만 긴장하고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학부모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다. 입을 옷과 신발에 대한 걱정부터 화장, 머리 등등 신경 쓰실 일이 많다고 하셨다. 아이가 혹시 엉뚱한 말을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하셨다.

수업 참관 갈 때는 꼭 편한 구두를 신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우리 아이들 초등학생일 때 공개수업에 가면 많은 아이들 중에서 우리 아이만 보였다.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멋 낸다고 구두까지 신고 가서 한 시간 동안 서서 참관하다 보면, 점점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공개수업이 열렸다. (자료사진)
ⓒ Pixabay
 
내 아이가 발표도 잘하고 과제도 잘 해결하면 참 기분이 좋은데, 아이가 많은 학부모님께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엉뚱한 답변이나 이야기를 하면 왜인지 내가 쥐구멍에 숨고 싶기도 했다. 교사인 나도 그랬다.

학부모님의 그 글을 읽으며 교사인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공개수업 참관 때 선생님보다는 자녀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교사는 그냥 자연스럽게 수업하고, 발표만 골고루 시켜주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전날 입고 갈 옷을 신중하게 골랐다. 옷차림도 좋은 인상을 주는 데 한몫하기에, 단정한 옷으로 정했다. 화장도, 머리도 다른 때보다 정성 들여 준비하고 출근하였다.

마음이 즐거워야 수업도 잘 되는데 오늘 아침은 날씨도 참 좋았다. 좋은 날씨가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 주었다. 지난주에 남편이 독감으로 고생을 하였다. 남편에게 옮았는지 주말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고 저녁 모임에도 가지 않고 쉬었다.

평소에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찬 바람 쐬면 안 좋을 것 같아 어제부터 승용차로 출근을 하였다. 운전하면서 보니 길가의 가로수가 단풍이 들어서 정말 아름다웠다. 단풍 구경을 따로 가지 않아도 예쁜 단풍 구경을 한다. 차를 가지고 오길 참 잘했다. 오늘 공개수업만 잘하면 앞으론 여유 있게 가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님께서 학교를 방문하는 행사가 없었다. 2학년 학생이기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처음 참관하시는 거라서 학부모님께서도 기대가 크셨을 것 같다. 아마 가정통신문을 받을 때부터 많이 기대하셨을 것 같다. 많이 오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따로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서인지 정말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오셨다. 교실이 꽉 찼다.

학생들의 엄마, 아빠뿐 아니라 할머니까지 오셨다. 요즘 맞벌이 부부인 엄마아빠 대신 할머니가 오후에 손자를 돌봐주시는 가정이 많다. 손주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고 싶을 것 같다. 우리 반은 다문화 가정 학생이 두 명이다. 늘 전화로만 통화했는데, 엄마와 함께 사시는 중국인 외할머니도 오셨다. 수업이 끝나고 어찌나 반갑게 인사하고 가시는지 고맙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였다. 작년 8월 말에 퇴직하고 기간제 교사로 올해 2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교감으로 교장으로 지낼 때는 교사가 수업을 하면 참관만 하였기에, 나로서는 거의 13년 만에 처음 하는 공개수업이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이 날을 위해 9월 말부터 수업 단원을 정하고 PPT를 만들고 자료를 준비하였다. 공개수업으로 학부모님께 신뢰받으면 남은 기간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개수업 하루 전날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업 시나리오까지 작성해서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갑자기 모범생으로 변한 아이들 
 
▲ 학부모 공개수업 아이들이 그림의 고양이처럼 바른 자세로 공부하였다.
ⓒ Pixabay
 
오늘 수업은 3교시 국어였다. 제목이 '아홉 살 마음 사전'이다. 미리 준비한 노래와 영상, PPT로 수업이 물 흐르듯 잘 되었다. 평소 우리 반은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부모님이 뒤에서 보고 계시니 모두 모범생이 되었다. 노래도 잘 부르고 자세도 어찌나 바른지, 매일매일 참관 수업처럼 바르게 앉아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인데 눈치가 백 단이다. 귀엽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어찌 보면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에 맞추어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이 실패하기가 어렵다. 준비가 철저한 수업이라, 당연하게도 성공하는 수업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학생들의 반응과 발표 등 변수는 있다. 가끔 철없는 학생이 엉뚱한 발표를 하긴 하지만, 이러면 오히려 참관하신 학부모님과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반전의 즐거움도 있다.

오늘 수업도 종료 시간이 조금 오버 되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마지막에는 현장에 오신 학부모님들을 위해 우리 반 학생들이 직접 한 칼림바 연주 동영상을 보여드리면서 끝냈다. 참석자들은 아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칼림바 영상을 보시고는 함께 손뼉을 크게 쳐 주었다. 

아빠들의 높아진 육아 참여 

예전에는 학부모 참관 수업에 주로 엄마가 참석하였는데,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빠들도 많이 참석하셨다. 실제로 내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님의 절반 정도가 아빠였다. 요즘 학부모 공개수업의 풍경이라고 한다.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오히려 아빠가 전적으로 육아를 하는 가정도 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고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발표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나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짓는지, 그 미소를 보는 나도 흐뭇했다.
  
OO이가 생활하는 교실에 직접 와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수업 듣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준비하시고 수업 진행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친절하시고 인자하신 선생님의 성품에 친구들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밝고 화목한 2학년 2반을 위해 신경 써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학부모 공개수업 참관록 학부모 공개 수업에 아버지가 많이 참석하시고 참관록도 작성해 주셨다.
ⓒ 유영숙
 
수업을 무사히 끝냈다. 무사히 '마쳤다'는 말이 정답이다. 그동안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 부모님께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났는데도 교실에 남아서 다른 부모님들과 인사하고 가시고, 아이와 함께 교실에서 사진도 찍으시는 일부 아버님들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학생들의 아버지 대부분을 나는 처음 뵙지만, 그런데도 참 따뜻한 얼굴로 인사하고는 돌아가셨다.

꼭 안아주세요 

학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 점심시간에 알림 톡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올려드렸다.
 
오늘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집에 오면 잘했다고 꼭 안아주세요.
행복한  2학년 2반이 되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칭찬받고, 마음이 자라서 내일은 좀 더 행복한 마음으로 등교하길 바란다. 학생들도 나도 긴장했지만, 덕분에 조금 자란 듯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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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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