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중 "학폭 시달린 희귀병 아들…가짜 가해자 사과까지 시켜"
배우 권오중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아들의 트라우마(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를 위해 가해자인 척 연기해 사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19일 배우 신애라 유튜브 채널 '신애라이프'에 출연한 권오중은 "올해 27살인 아들 혁준이가 유전자 질환을 앓고 있다"며 "미토콘드리아 문젠데 특히 다리 쪽에 문제가 있어 걷는 것이 힘들다. 몸 전체가 에너지를 내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권오중은 "병명은 없다.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몇 명 없는 희귀 질환"이라며 "혁준이도 2017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30~50억짜리 주사가 나왔다고 하는 것들 보면 다 유전자 치료"라며 "유전자 치료가 되고 있는데 치료 개발이 되는 것은 수요가 있는 것들이다. 유전자 중에 과연 누구 것을 먼저 연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교수님이 '내가 한번 개발해볼게' 해도 지금부터 몇 년은 걸린다"며 "저희가 더 늦기 전에 빨리 혁준이가 치료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오중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혁준이가 천사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힘들다"며 "특히 걸을 때 티가 많이 나고 위험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혁준이가 사람을 치고 가버리면 싸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혁준이가 일반 사람들처럼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툭 치고 그냥 가버리니까 위험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다. 죄송하다'고 하면 저를 알아보시고 다행히 넘어가신다"며 "요즘 세상이 위험하고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 것들이 겁이 난다"고 말했다.
권오중은 그러면서 아들이 학창시절 1년 넘게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 많이 힘들었다"며 "중학교 때는 여러 명이 1년 동안 폭행해서 경찰이 출동하고 가해자가 전학을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혁준이가 피해 사실을 과하게 얘기하는 줄 알았다"며 "혁준이 이야기를 듣고 애한테 물어보면 멀쩡하게 '제가요? 너무 억울해요'라고 했다. 그렇게 얘길 하니 그 아이 말이 진짜 같았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혁준이한테 가서 '너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해서 난감하게 만들어'라고 했는데 어느 날 목을 다쳐온 것을 보고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오중은 "혁준이가 쳐다본다는 이유로 애가 유리창을 깼고, 유리창 파편이 혁준이 목으로 튀어 박혔다"며 "경동맥이 있는 곳이라 많이 위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제가 연예인이고 일이 커지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서 참았다"며 "그러다 보니 영화 촬영 중 입이 돌아가 한 달을 쉬었다. 그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권오중은 "다른 부모들은 찾아가서 난리를 치고, 애들은 그래야 '나를 위해 해주는구나' 하는데 우리가 그걸 못 해준 게 너무 후회된다"며 "애한테 자기 편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애를 위해서라도 어필을 해야 했는데 참 어려운 부분 같다"고 말했다.
수년이 지나도 상처 부위를 언급하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아들을 위해 권오중은 번뜩이는 해결책을 꺼냈다. 연극 후배에게 가해자인 척 혁준을 만나 사과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권오중은 "안 되겠다 싶어 후배에게 연기를 부탁했다"며 "그 전엔 혁준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얘 얼굴 변한 것 봐봐' 하면서 밑밥을 깔았다"고 했다.
이후 "후배가 한강에 교복을 입은 채 꽃을 들고 나타나서 '혁준아 내가 미안했어'라고 했다. 혁준이가 아마 아닌 것 알면서도 부모를 생각해서 넘어가 준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혁준이가 고등학교 간 이후로는 와이프가 한숨을 놓았다"며 "고등학생들은 공부 밖에 안 해서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그때야 맞지 않고 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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