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중동 전쟁, 가계부채, 대출 이자…한은도 '진퇴양난'
이-팔 분쟁發 불확실성 '변수'
긴축 기조 속 인하 시점 '글쎄'
올해 마지막 금통위서 결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들썩이며 다소 잡히는 듯했던 물가가 불안해졌고 가계부채도 다시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가뜩이나 높은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의 어려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당분간 경제 흐름을 보며 숨고르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다음 달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결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1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4·5·7·8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해 물가, 성장 등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동결 배경으로 꼽았다. 현재 긴축 기조는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명확한 시그널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국제 유가 급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일단 그간 안정세던 물가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통계청)은 지난 4월 3.7%를 찍은 뒤 ▲5월 3.3% ▲6월 2.7% ▲7월 2.3%까지 내렸으나 8월 3.4%, 9월 3.7% 등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는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한은은 물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이 연말 3%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예측한 물가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융통화위원들의 중론"이라며 "내년 12월 말 물가상승률 2%는 불확실성이 크다. 그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속도가 지난 8월 예측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3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 4일 이후 두 달 넘게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기준 전날보다 5.7원 상승한 1355.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된다는 점도 딜레마적 요인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를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는데, 최근 잇따른 동결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9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833조9000억원으로 6조1000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위해 인상 카드를 꺼내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실물경제 침체까지 맞물려 금리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모두 가계부채 늘어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야한다고 하는 데 동의한다"며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인상 등 과감한 결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5명 위원은 불확실성 큰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 상승 압력 높아졌을 뿐 아니라 목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치 보다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동 사태 등 때문에 물가 예상 경로가 벗어나고 기대인플레이션 오름세가 고착화되면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행할 수도 있다며 "(추가 인상)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고 데이터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우새' 박수홍 영상, 이쯤 되면 내려야 하지 않나요 [D:이슈]
- 윤 대통령 지지율 37.0%…전 지역·전 연령서 부정평가 높아 [데일리안 여론조사]
- "성관계하다 다쳤잖아" 4700만원 뜯어낸 30대 女공무원, 피해男은 극단선택
- '재판 리스크' 시작된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있다" 53.8% [데일리안 여론조사]
- '총선 지역구 투표' 민주당 45.0% vs 국민의힘 34.1% [데일리안 여론조사]
- [현장] "이재명 대통령" 외치다 쥐 죽은 듯…당선무효형에 자기들끼리 실랑이
- '중폭' 개각할까…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논의 중
- "명태균 영향력, 실제 있었나 아니면 과도하게 부풀려졌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554]
- 서양의 풍자·동양의 서정… '아노라'와 '연소일기'가 그린 현대 사회의 균열 [D:영화 뷰]
- 장유빈 제네시스 대상 “세계적인 선수로 다시 인사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