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난 김정은 22일째 모습 감췄다…위성발사 앞두고 장고?
미국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한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거래 정황을 공개하며 행동 중단을 압박하는 인지전에 나선 가운데 북한은 오히려 별다른 반응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핵무력 헌법화'를 천명한 이후 '잠행 모드'를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이 이달로 예고했던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도 아직이다.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김정은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달 26~ 2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격)참석이었다. 19일 기준으로 22일째 보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은 잠행 직전까지 노동당 최고 정책 결정기관인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러시아 방문 성과를 논의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김정은이 러시아와의 전방위 협력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2018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반환점을 돈 만큼 대내외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각종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표적인 대외 사업인 일대일로(一带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도 그만큼 속내가 복잡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일 수 있다.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의 잠행과 더불어 북한의 군사도발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푸틴과의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13일 오전 평양에서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후 한 달 넘게 중단된 상태다. 실제 북한은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지난 16일에 시작한 우리 군의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과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의 부산 입항 등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확대 개편된 국가우주개발국이 10월 재발사를 공언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도 하순으로 접어드는 이 날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위성 3차 발사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물론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역성장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희생을 강요한 주민들에게 내세울 확실한 성과가 절박한데, 성급하게 시도했다 또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김영호 통일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에서 "2차 발사에 실패한 다음 그렇게 빨리 3차 발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보당국은 연합자산을 통해 북한 내 필요지역에 대해 감시·정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별히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외교장관인 세르게이 라브로프가 18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 포럼과 중·러 정상회담 관련 일정을 마치고 평양을 방문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에 도착해 가진 연회 연설에서 "이번 방문이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결과를 이뤄내는 의의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언급했다고 전하면서 "쌍무관계를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관계로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연회에서 "이번 방문 기간에 조러 수뇌(정상)가 이룩한 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종합적이며 건설적인 쌍무관계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확대하며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만족한 결실이 이룩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양측이 '정상회담 이행'을 강조한 것을 미루어볼 때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후속조치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등을 이번 방북 일정 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러 간 밀착으로 미뤄 라브로프가 방북 기간 중 김정은을 예방하며 김정은이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홍석훈 국립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라프로프 장관이 일대일로 정상포럼 관련 일정을 마치고 방북길에 올랐기 때문에 북·중·러 3국의 연대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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