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 듣고 답부터 맞힌 퀴즈대결, 이게 가능해?

김영주 2023. 10.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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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방송 만드는 작가가 읽은 퀴즈 이야기, 오가와 사토시의 미스터리 소설

[김영주 기자]

책 속의 한 장면. 퀴즈 프로그램인 'Q-1 그랑프리'의 결승 생방송 현장이다. 마지막 후보자 두 사람이 대결하고 있다. 먼저 7문제를 맞히면 1천만 엔의 상금이 주어지고, 현재 스코어는 6대 6이다.

미시마 레오는 중학교 1학년 때 퀴즈의 매력에 빠져 크고 작은 퀴즈대회를 거치며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퀴즈 플레이어로 인정받은 청년이다. 그와 격돌하는 혼조 기즈나는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한 남자'로 불리며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천재적인 기억력을 뽐내 화제를 모아온 청년이다.

마지막 한 문제, 최종 승자는 

일본 최고의 퀴즈 플레이어를 가려본다는 기획으로 제작된 생방송 퀴즈 프로그램 <Q-1 그랑프리>는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퀴즈 플레이어들이 도전하여 가장 높은 무대에 이제 두 사람이 남았다. 마지막 한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일본 최고의 퀴즈 플레이어로 공인 받는 절차만 남겨두었다. 스튜디오는 정적에 휩싸였고,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도 손에 땀을 쥔 채 저마다의 응원을 보낸다.
 
"드디어 마지막 문제입니다. 이 문제로 우승자가 결정됩니다. 자, 제1대 'Q-1 그랑프리' 퀴즈왕은 과연 누가 될까요. 미시마 레오일까요, 혼조 기즈나일까요."
MC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호를 보냈고, 문제를 읽는 아나운서는 숨을 들이마시며 목소리를 냈다.
"문제…."
그 순간이었다.
삐---
 
 
문제가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는데 버저(buzzer)가 울렸다. 알고 보니 혼조 기즈나가 누른 것. 긴장 끝에 실수한 건가 싶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진행자, 청중 등 그곳에 있는 모든 이가 당황했음에도 단 한 사람 혼조 기즈나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일순간 정적. 딩동댕, 정답이었다. 예정되어 있던 문제는 이랬다.
 
Q. '뷰티풀, 뷰티풀, 뷰티풀 라이프'라는 노래로 친숙합니다. 일기예보 프로그램 '프리웨더' 광고에 나온 적도 있고 독특한 로컬 CF로도 유명한, 야마가타현을 중심으로 네 개 현에 점포를 운영하는 세탁 체인점은 무엇일까요?
 
 
답은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였다. 그러니까 책 속 혼조 기즈나는 문제를 듣지도 않고 정답을 맞힌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퀴즈 대결을 하는데 출제되는 문제를 듣지도 않고 정답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도대체 얼마일까. 대결 상대자 미시마 레오는 눈앞에서 1천 만 엔이라는 거금을 놓친 것도 분했지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하나씩 파헤쳐가는 스토리가 장편소설 <너의 퀴즈>다.

도입부가 워낙 강렬했다. 퀴즈를 하는데 문제를 듣지도 않고 맞힌다? 첫 음만 듣고 무슨 노래인지 맞히며 노는 게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첫 음이라도 들려주었으니까. 그런데 소설 <너의 퀴즈>의 상황은 첫 음조차 들려주지 않았는데 노래 제목을 맞춘 격이다. 월드뮤직까지 안 가고 국내의 음악, 그중에서도 대중가요로만 범위를 한정짓는다 해도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곡은 된다.

그런데 그걸 맞힌다? 로또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다. 소설은 그러한 일이 일어났음을 보여준 다음 주인공이 추적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과정과 결말을 얘기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보시기 바란다.

세상 모든 것이 퀴즈인 사람

방송작가로서 현재 퀴즈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이 더욱 끌렸다. 너의 퀴즈? 생각해보지 못한 접근이 신선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미시마 레오는 이른바 '퀴즈 덕후'다. 그에겐 세상 모든 것이 퀴즈다. 퀴즈가 곧 그 자신이고 자신이 곧 퀴즈다.
 
'퀴즈 정답을 말할 때 나라는 철망으로 세상을 건져 올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철망을 크고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풍부한 세계를 알게 되고 우리는 전율한다. 전율할 때마다 퀴즈도 강해진다.'
 
 
일본에서 가장 낮은 산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혼조 기즈니가 먼저 부저를 눌렀는데 오답이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가장 낮은 산이 바뀌었는데 그는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미시마 레오는 그러한 문제 출제와 오답, 정답을 연출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형언할 수 없는 충실감을 느낀다.
 '퀴즈가 살아 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세상 모든 것이 퀴즈 대상이다. 세상이 계속 변하는 이상 퀴즈도 계속 변한다.'
 

나는 일로서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미시마 레오처럼 진지한 자세로 퀴즈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퀴즈를 대하는 그의 자세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과거에 방송이 되었고, 현재도 곳곳에서 방송되고 있는 다양한 퀴즈 프로그램은 어떤 철학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는지, 참여자는 어떤 사람들인지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이 소설을 계기로 뭔가 새로운 퀴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 이유는 책 속 미시마 레오의 얘기로 갈음한다.
 
"퀴즈란 무엇일까요?"

버튼을 눌렀다.

"퀴즈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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