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한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 마약해도 치매와도 환자 본다

박태인 2023. 10. 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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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및 마약중독 의료인 관리 실태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조현병과 치매 등 정신질환을 앓는 수백 명의 의사가 보건복지부의 부실 관리 속에 수십만건의 의료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화를 저질러 치료감호를 받은 뒤에도 의사 면허를 소지 중인 사례나,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에 중독됐던 의사가 치료 후 병원에서 근무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1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정신질환·마약류 중독 의료인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사회적 논란이 된 의사들의 무분별한 마약류 의약품 셀프 처방 논란과 의료인 중 정신질환자가 있을 가능성 등을 계기로 조사에 착수했다. 현행법상 정신질환과 마약 중독은 의료인 결격 요건이다.

하지만 법령상 정신질환자와 마약중독자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데다, 복지부가 구체적인 면허 취소 절차도 마련하지 않아 제재가 불가능했다. 본인의 자진 신고만이 면허 취소의 유일한 방법인데, 정신질환의 경우 2017년 보건소에 직접 면허 취소를 요청한 간호사 1명(조현병)이 유일한 사례다. 마약 중독으로 인한 면허 취소는 아직 없다.

감사원은 2020년 이후 치매와 조현병 진료를 받은 의료인을 우선 살펴봤다. 두 병명으로 진단받은 의사는 172명(치매:102명·조현병:70명)으로, 이들은 올해 2월까지 최소 76만 2107건의 의료 행위를 했다. 건강보험급여 청구가 불가능한 비급여 의료행위는 제외한 수치다. 이들 중 120명은 치료를 받는 중에도 의료 행위(43만 6845건)를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2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 도중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 김성룡 기자

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를 받고도 여전히 면허를 소지한 의사도 있었다. 조울증을 앓다가 방화를 저지른 의사 1명과 편의점 직원을 폭행한 조현병 진단 한의사 1명이 확인됐다. 정신질환 조사 범위를 넓힐 경우, 훨씬 더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마약 중독 의료인에 대한 관리도 소홀했다. 감사원은 2020년~2022년 사이 국가 기관에서 마약중독 치료를 받은 844명 중 2명의 의사와 1명의 간호사를 확인했다. 세 사람 모두 치료보호 기간 요양기관에서 근무했고, 이 중 마취과 의사 1명은 2건의 의료 행위를 했다.

감사원은 2018년~2022년 사이 마약류 의약품을 본인에게 투약·처방한 의사도 조사했다. 처방 건수는 11만 8416건이었고, 관련 의사는 3만 7417명이었다. 연간 50회 이상 본인에게 반복 투약·처방한 의사는 44명이었고, 이 중 12명은 연간 100회 넘게 ‘셀프 처방’을 했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정신 질환과 마약류 중독 의심 의료인에 대한 구체적 면허 심의 절차와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복지부가 수사기관에서 의료법 위반 대상자를 통보받고도 방치해 처분시한 만료로 24건을 자체 종결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이 2019년 자격 정지 중 의료행위로 의심되는 의료인 56명에 대한 조치를 통보했음에도, 복지부가 부당하게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감경한 사례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최재해 감사원장(가운데)과 유병호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13일 감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던 모습. 김성룡 기자.

이날 감사결과 공개문엔 지난 6월 감사 중 먼저 공개한 ‘미출생신고 아동(그림자 아이)’ 실태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2015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의 임시 신생아 번호(출생 직후 부여되는 예방접종 번호)와 출생신고 내용을 비교·조사한 결과 미출생신고 아동이 215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중 고위험군 23명에 대한 표본 조사를 진행했는데, 5명이 사망했고 1명은 온라인 아동거래로 생사가 불투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2014년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한다면, 미출생신고 아동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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