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라면 어땠을까…나토 가입 앞 육아휴직 간 핀란드 男장관 [인터뷰]

나상현 2023. 10. 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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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카이코넨 전 핀란드 국방부 장관이 지난날 핀란드 국회의사당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헬싱키=나상현 기자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사진으로만 지켜볼 순 없었습니다.”

지난 1월, 핀란드 국방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육아휴직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간결했다. 핀란드에서 남성 장관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안티 카이코넨 전 국방부 장관(현 핀란드 중앙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핀란드 사회도 내 결정을 지지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핀란드 정권 교체와 함께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언론과 처음 가지는 인터뷰다.

카이코넨 전 장관은 올 1월, 생후 6개월인 둘째 아들을 돌보기 위해 두달여간의 육아휴직을 떠났다. 그는 “장관으로 일하면서 육아는 아내가 책임졌는데, 아내도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너무 어린 아이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기 싫었다. 그래서 함께 집에 남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핀란드 시국은 엄중했다.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로 안보 불안감이 확산되자 세계 2차 대전 이후 70여년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는 본격적으로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나토에 들어가기 위해선 기존 회원 30국 의회 전부의 동의를 만장일치로 받아야 했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로선 국방장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했다.

하지만 카이코넨 전 장관은 “업무적 공백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당시 카이코넨 전 장관의 공백 기간엔 같은 당 동료 의원인 미코 사볼라 의원이 임시로 장관직을 맡았다. 실제 핀란드는 지난 3월 정상적으로 나토 가입 절차를 완료했다. 그는 “저를 대신해 저만큼 업무를 잘 수행해주실 분이 오시리라 믿었다”며 “‘나토 가입’이라는 핀란드 정부의 어젠다가 어느 개인의 휴직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비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이코넨 전 장관은 일부 비판적인 피드백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줘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도 호의적이었다. 핀란드 뉴스통신사 STT는 지난해 12월 카이코넨 전 장관의 육아휴직 결정 소식을 전하며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여성 장관이 육아휴직을 떠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남성 장관으로선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의 헬싱키 특파원은 “핀란드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그는 여느 평범한 아빠들과 똑같이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비니 모자를 눌러쓰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온전한 시간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아내도 일을 시작할 수 있어 기뻐했다”고 밝혔다.

안티 카이코넨 전 핀란드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핀란드 국회의사당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헬싱키=나상현 기자

핀란드에서 육아휴직은 단순한 혜택이 아닌, 시민으로서 사회적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이 카이코넨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핀란드도 출산율이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라며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아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도 가족휴가제도 등 제도적 정비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이제 아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카이코넨 전 장관은 자신의 육아휴직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아빠들이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나를 선례로 삼아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떠날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내 육아휴직 경험은 더욱 큰 의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어 통역 = 한희영)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헬싱키=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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