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조차 '열쇠' 없다? 미국인에게도 아직 안 열린 라파 국경

박형수 2023. 10. 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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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남부와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의 통행로가 이르면 20일(현지시간) 개방된다. 라파 통행로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로, 현재 이집트가 전면 폐쇄한 상태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내 미국 시민권자를 포함해 외국인들까지 발이 묶였다.

17일(현지시간) 이집트 라파 국경 밖에 가자지구로 호송을 기다리는 구호 트럭이 주차돼 있다. 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디언·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백악관은 이집트가 라파 통행로를 통해 가자지구로 물·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로 가자지구 지원을 논의하던 중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포스원에 동승한 기자들에게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운반하는 트럭 20대를 라파엘 통행로로 가자지구에 보내는 데 동의했다고 전하며 "그의 협조는 진정으로 칭찬받을 만하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가자 지구 주요 공습 지역 및 대피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이스라엘 방위군(IDF), 팔레스타인·유엔(UN) 구호단체 집계 총합]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엘 통행로의 개방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가디언은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르면 20일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알아라비아TV를 통해 "구호품은 유엔의 감독 하에 운송될 것"이라며 라파 통행로 개방을 인정했다. 다만 가자지구 내 외국인·이중국적자가 라파 통행로를 이용해 탈출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파괴된 시설이 복구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이스라엘이 지난 9일부터 이틀 연속 라파 통행로 인근을 공습해 라파 통행로가 일부 파괴됐고 이집트는 이를 빌미로 통행로를 무기한 차단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 UPI=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현재 가자지구 내에 발이 묶인 미국 시민권자가 500~600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의 대피로 마련을 위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미 하원의 초당파적 의원들은 주미 이집트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시민권자들의 탈출을 위해 긴급한 협조를 요구하는 등 협상력을 총동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섰지만 오직 식량·물·의약품만 들어갈 수 있고, 미국 시민권자를 포함한 외국인의 대피로 확보에 대해선 확답을 받지 못했다.

현재 가자지구의 라파 통행로 앞엔 피란민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 대다수가 외국인·이중국적자라고 전했다. 이들은 "통행로가 열린다고 해도 인터넷이 끊긴 상태라 연락을 받을 수 없고, 통행로 개방 자체가 한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곳에 와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노숙을 견디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총리실은 "구호물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한 구호품 전달을 막지 않겠다"고 조건을 못박고 라파 통행로 개방에 동의했다. 피란민들은 통행로 건너편인 이집트 접경지에 대기 중인 대형 트럭 수십 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외국인·이중국적자들이 1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 국경 앞에서 노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외신들은 라파 통행로가 열리지 않는 것은 각국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경 검문소를 통제하는 이집트는 가자지구 원조엔 찬성하지만 가자 남부에 있는 10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 라파 통행로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 지원 물자로 위장해 하마스로 무기 반입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구호물품 반입마저 반대해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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