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붙잡혀도 생존한 노부부의 지혜…“만인에게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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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벽 가자지구에서 4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시에 사는 라헬 에드리(65·여) 부부는 밖에서 나는 굉음에 "뭔가 큰일이 터졌구나"하는 직감을 느꼈다.
허락을 받고 화장실로 간 그녀는 하파킴 경찰관인 아들 아비야타르 에드리에게 "지금 하마스대원 5명에게 감금돼 있다. 곧 가자로 끌려갈 것 같다"는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라헬 에드리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포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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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벽 가자지구에서 4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시에 사는 라헬 에드리(65·여) 부부는 밖에서 나는 굉음에 “뭔가 큰일이 터졌구나”하는 직감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집으로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인 청년 5명이 들이닥쳤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원들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부부를 감금했다. 가자지구로 에드리 부부를 인질로 납치하려한 것이다.
라헬은 침착했다. 2층 구석방으로 끌려간 그녀는 공포에 휩싸였지만, 이들에게 “배가 고프지 않느냐. 간식이라도 차려주겠다”고 제안했다. 5명은 좋다고 했고, 라헬은 아래 층으로 내려가 과자와 다이어트 코카콜라를 차려주고 “커피, 차 중에 뭘 마시겠느냐”고 또 물었다.
그러자 하마스 대원들은 “다이어트 콜라말고 ‘그냥’ 콜라는 없느냐”고 되물었고, 라헬은 “내가 당뇨가 심해서 우리집엔 다이어트 콜라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동안 부부와 5명의 무장괴한은 서로 웃음꽃이 피었다. 그녀의 호의에 무장된 하마스 대원들의 적대감도 눈 녹듯 사라진 셈이다.
하마스 대원들의 경계심이 누그러지자, 라헬은 “지금 인슐린 주사기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당뇨 쇼크가 올 것 같다. 화장실에 있는데 가지러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허락을 받고 화장실로 간 그녀는 하파킴 경찰관인 아들 아비야타르 에드리에게 “지금 하마스대원 5명에게 감금돼 있다. 곧 가자로 끌려갈 것 같다”는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집 바깥에는 공습경보가 울리고, 출동한 이스라엘군과 경찰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마스 대원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러갔고, 오후 4시쯤이 되자 라헬은 하마스 대원들에게 “하루 종일 밥도 안 먹었을테니 늦은 점심이라도 차려주겠다”고 했다. 5인분 식사를 차려주자, 이들은 게눈 감추듯 삽시간에 해치웠다.
점심을 차려주면서 부부와 하마스 대원들 사이는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부부는 자발적으로 2층 구석방으로 가 있겠다고 말한뒤 2층으로 올라갔다.
부부는 그렇게 인질로 붙잡힌지 20여시간만에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이스라엘군과 함께 비밀스런 구출작전을 펼친 경찰관 아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1층에서 격렬하게 저항했던 하마스 대원 5명은 모두 사살됐다.
라헬 에드리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포옹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습 당시 구조된 이스라엘 생존자들을 자신의 숙소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우리집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일단 친절을 베푼다”고 답했다.
NYT는 “에드리 부부를 살린 비결은 누구에게나 호의와 친절을 내보이는 이스라엘의, 아니 전 세계 공통의 할머니 미소였다”며 “광기와 공포가 뒤덮힌 테러의 순간에도 라헬 에드리는 이 미덕을 잊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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