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꺾고 목덜미 질질 끌고가"…40만원 K팝 파리공연 논란, CJ ENM은 '모르쇠'
"테러범 취급" 동양인 관객 과잉진압 주장
주최측 모르쇠에 '제2의 엠카 사태' 우려
CJ ENM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K-팝 공연 '엠카운트다운'의 인종차별 및 과잉진압 논란에 나흘째 팔짱만 끼고 있다. 공연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주최 측의 안일한 대처에 분통을 터트리는 분위기다.
Mnet 가요 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개최됐다. 이날 무대에는 아이돌 그룹 NCT드림, 샤이니 태민, 몬스타엑스 셔누X형원, 트레저, 에이티즈, 제로베이스원 등이 올랐다. 티켓 가격은 40만원에 달했고, 객석에는 2만2000여명이 모였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관람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현지 보안요원들이 동양인 관객에게만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주장이 올라오면서다. 게재된 영상에는 가방에서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보안요원이 관객의 팔을 꺾어 바닥에 넘어뜨린 후 목덜미만 잡고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에서 바라보던 팬들이 놀라 걱정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해당 게시물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었다. 서양인 관객은 카메라를 소지한 것도 모자라 버젓이 꺼내 촬영하는데도 현지 보안요원들은 못 본 척 했으며, 동양인 관객들에게 실시한 가방 검사가 과도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SNS 엑스(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이 같은 불만과 항의가 쏟아졌으나, CJ ENM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K컬처와 K팝을 접목한 차별화된 볼거리와 글로벌 K팝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무대로 전 세계 관객들을 열광시키며 한국 문화의 저력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논란이 커지자 CJ ENM 측은 "파리 라데방스 아레나는 전문가용 카메라 반입이 금지된 공연장"이라며 "사전에 공지된 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규정을 안내하고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작 문제가 된 과잉진압이나 인종차별 관련해서는 "현지 시큐리티 측에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 사실 확인이나 추가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자 영상에서 현지 보안요원으로부터 폭력적 진압을 당한 피해 당사자가 SNS에 글을 썼다. 글쓴이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촬영하고자 촬영 장비를 소지하고 입장했다"며 "입장 시 짐 검사에서 카메라가 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제지가 안내가 없었으며 현장에서도 카메라 반입 및 촬영이 안 된다는 어떠한 공지사항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연을 관람하던 중 보안직원 여러 명이 뒤에서 가방을 열어보라 했고 이를 거부하자 나를 바닥으로 강하게 밀쳐 내가 넘어진 상태에서 가방을 강제로 열어 카메라를 가져가려 했다. 다른 보안직원은 넘어져서 일어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내 목을 조르며 움직이지 못하게 짓눌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연락하려 하자 바로 휴대폰을 빼앗겼고 무릎으로 누르고 팔을 꺾어 테러범을 연행하듯 이동했다"며 "여성 지인이 상황을 목격하고 중재하러 오자 같이 연행, 부적절하고 과도한 몸수색까지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피해호소인은 인종차별을 넘어 인권유린과 조롱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간중간 들어온 한국인 관계자 및 스태프는 해당 상황이 웃기는지 조소 가득한 얼굴로 현장 상황을 촬영, 공유했으며 본인들끼리 영상을 돌려보며 웃고 사람들을 조롱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이는 카메라 반입 관련 공지를 했다는 CJ ENM의 해명과 반대되는 주장이다. 글쓴이는 입장 시 현장에서 공지되지 않았을뿐더러 입장 시 카메라를 보고도 검사하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도 공연 도중 테러범처럼 제압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CJ ENM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파리 '엠카운트다운'은 가장 저렴한 티켓을 85.1 유로(약 12만원), 최고가인 스탠딩석은 266.6 유로(약 38만원)에 판매했다. 현지 물가를 고려해도 적지 않은 값이다.
CJ ENM이 엄청난 돈을 들여 이번 '엠카운트다운' 파리 공연을 개최한 배경에는 한 달 뒤 열리는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와 다음달 28일 파리에서 열리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염두에 두고 총력전을 펼친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날 공연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장성민 대통령 특사 겸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을 비롯한 다수 주요 관계자가 VIP 라운지에서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CJ ENM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의 안전이다. 해외에서 개최하는 K팝 공연에서 동양인 관객의 안전을 주최 측이 보장할 수 없다면, 폭력적 제압 등 문제에 관해 '나 몰라라' 방관한다면 관객으로서 신뢰하기 힘들다는 데 지적이 나온다.
항의의 목소리가 잦아들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다. 논란이 가라앉으면 기업 차원에서 사과나 보상 등 대처할 필요도 없다. 이번 일이 이대로 마침표를 찍는다면, 제2의 '파리 엠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K팝의 위상만큼 공연을 진행하는 주최 측의 책임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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