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숨진 '가자 병원' 참사에 아직도 침묵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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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공분 잇따라
국제사회는 가자 병원 폭발 직후 일제히 분노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폭발 당일 성명을 내고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의 폭발과 이로 인한 끔찍한 인명 손실에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미국은 충돌 상황에서 민간인의 삶을 보호할 것이며 이번 비극으로 인해 죽거나 다친 무고한 이들을 위로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 어떤 것도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깊은 슬픔을 느낀다"(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정상급 메시지가 잇따랐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이튿날인 18일 성명을 내고 "무고한 민간인을 향한 엄청난 피해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병원과 민간인을 향한 공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일본은 희생자와 부상자,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같은 날 SNS를 통해 "가자 병원에 대한 공격으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진 데 대해 경악하고, 강하게 규탄한다"며 "병원과 의료진은 국제인도법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무고한 민간인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가해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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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이틀째 침묵
하지만 한국의 경우 19일 오전 현재까지 대통령실 혹은 외교부 차원에서 가자 병원 폭발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폭발의 배후를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를 탓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건 국제사회 기준에 비춰 미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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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외교 일관성 지켜야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수호를 공언했지만, 아직도 경우에 따라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내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잃는 게 더 많았다"며 한 달 뒤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또한 같은 달 정부는 중국 신장 자치구 내 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유엔 성명에 불참했는데,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들어선 중국이 국제인권협약을 명백히 위반하고 탈북민을 대거 북송한 데 대해서도 중국을 향한 공개적인 항의나 규탄을 꺼리고 있다. 지난 13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강제북송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중국에 이 문제를 엄중히 제기했고, 우리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한 게 전부다. 같은 날 주중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도 정재호 주중대사는 "중국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사전 통보나 사후 설명 모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항의 언급은 없었고, 오히려 "중국 체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사실상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1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3 위원회에서 "강제북송과 같은 인권 관련 중대 사태는 재발하지 말아야 하며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말했지만,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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