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에 점심 대접"…이스라엘 할머니의 20시간 생존 비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 5명이 벌인 20시간의 인질극 속에서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은 이스라엘 할머니가 현지 사회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라헬 에드리(65)는 18일(현지시간) 수도 텔아비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 초대된 하마스 공격 생존자 중 한 명이다. 가족들과 이 자리에 참석한 에드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굳게 포옹하며 그간의 시름을 잠시 위로받았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할머니들 특유의 습관과 침착함 덕에 에드리 부부가 목숨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그의 비결은 인질범들을 일단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다. 에드리는 WP에 "원래 내 집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환대받는다"면서 "그리고 배고픈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그들을 우선 만족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고 전했다.
남편 데이비드와 41년간 가자 지구 국경에서 25마일(약 40㎞) 떨어진 오카핌에서 살아온 에드리는 설마 자신이 하마스의 인질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지난 7일 새벽 하마스 남성 대원 다섯이 무기와 수류탄을 들고 창문을 통해 에드리의 집에 잠입했다. "위층 침대방에 올라가 있으라"는 대원들의 지시에 에드리는 "내가 당뇨가 있어 인슐린이 필요하고 화장실도 써야 한다"며 계속해서 집 안을 오갈 수 있었다. 집을 돌아다니며 그는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했다.
WP에 따르면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아들일 대원들과 살갑게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하다 보니 대원들의 가족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이들의 마음은 서서히 열렸다. 그는 또 대원들에게 쿠키와 차, 커피, 코카콜라 제로까지 챙겨줬다. 그는 "당뇨 때문에 제로 콜라밖에 없다고 하니, 대원들이 피식 웃으면서 '그냥 콜라가 좋은데'라고 했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 에드리는 대원들에게 점심까지 만들어 줬다. 에드리는 WP에 "마치 말이 밥 먹듯이 엄청 많이 먹더라"고 전했다. 이렇게 하마스 대원들과 수다를 떨고 음식을 충분히 주며 짧은 시간에 일종의 관계 형성을 하게 됐다.
그렇게 대원들이 방심하던 틈을 타 에드리는 경찰관인 아들 에비를 포함해 경찰 측에 하마스 대원 5명이 집을 점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밀히 알릴 수 있었다.
결국 부부는 감금된 지 20시간여만인 지난 8일 구조됐다. WP는 "공포의 순간에도 에드리는 전형적인 이스라엘 할머니들이 하는 일을 했고 그 덕에 생존할 수 있었다"면서 "집에 온 사람에게 뭐라도 먹이고 잘 대접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라헬을 적군 장수를 살해하기 전에 그에게 음식을 대접한 유대교 성경 속 인물인 야엘(Yael)에 빗대어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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