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감산·HBM'…반도체 투톱 3Q 실적 관전 포인트는

조인영 2023. 10.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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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삼성, 26일·31일 3Q 경영설명회…반도체 수익성 전략 '관심'
키옥시아·WD 합병 입장 밝힐지 주목…차세대 메모리 로드맵 공개 가능성도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1일, 26일 올 3분기 경영설명회를 갖는다.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로 크게 휘청인 '반도체 투톱'이 올해 경영을 마무리짓고 내년 이정표를 제시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 들어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연간으로는 조 단위 손실이 불가피한만큼 업계는 양사의 수익성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살아나는 D램·낸드 수요에 발맞춰 제품별 생산 계획을 밝히는 한편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첨단 반도체 기술 성과를 과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감산 정책 및 차세대 메모리 개발·판매 전략 등에 집중돼있다. 글로벌 업체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에 따른 입장도 관심사다.

현재 낸드플래시 반도체 세계 2위 업체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간 합병이 진행중이다. 키옥시아 최대주주는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인데 SK하이닉스는 이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와 지분관계에 있는 만큼 양사 통합 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SK하이닉스는 동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의 침묵을 업계는 사실상 반대로 해석한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통합 시 올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점유율은 34.3%로 뛰게 되는데, 1위인 삼성전자(31.1%)를 넘어선다. 낸드 지배력이 삼성 만큼이나 강화되는 것을 후순위업체들이 달가워할리 없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가 낸드 가격을 10% 올리겠다고 한 것도 1위 기업이니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양사 합병 시) 또 하나의 삼성이 생기게 되는 만큼 다른 낸드 회사들의 전략 수립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고 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낸드 가격 4분기 상승 전망의 근거로 삼성의 강력한 감산 정책을 들었다. 타사들도 1등 기업의 생산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지속적인 수요 둔화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9월부터 낸드 생산을 50% 감축했다"며 "다른 공급업체들도 4분기 감산 규모를 확대해 재고 감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덮어놓고 반대하기만은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한 이후 상장 수순을 밟는다면 지분을 투자한만큼 현금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투자 용도로만 키옥시아 지분을 사들인 것은 아니어서 주식을 되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낸드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사안을 두고 업계는 SK하이닉스가 26일 실적설명회에서 입장을 밝힐지 주목한다. 삼성 역시 영향권에 있는 만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가 ‘FMS 2023’에서 공개한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 개발 샘플ⓒSK하이닉스

감산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반도체 감산을 하고 있다. 물량이 많은 범용(레거시) 제품이 주 대상이다. D램의 경우 반등 여지가 높아졌지만, 낸드는 여전히 답보 상태여서 삼성과 SK는 2분기 낸드 생산 하향폭을 늘렸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4분기부터는 낸드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공급을 줄인만큼 바닥을 찍고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 계약 가격이 8~13% 올라설 것으로 봤다.

더디지만 출구가 보이는 반도체 시황을 고려하면 삼성과 SK는 감산 기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 재고 조정이 마무리됐고, 유의미한 수요 변화가 있다고 판단되면 생산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사 모두 차세대 메모리 DDR5/LPDDR5,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급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실적설명회에서 시장의 강력한 수요가 예상되는 차세대 메모리 제품 기술력 과시에 양사 모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들은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고부가 제품 개발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바 있다.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탑재되는 HBM은 무게추가 HBM2e(3세대)에서 HBM3(4세대)로 옮겨가면서 HBM 강자인 삼성·SK가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CXL Memory, PS1010 E3.S, HBM3, GDDR6-AiMⓒSK하이닉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지난 7월 "SK하이닉스의 1anm DDR5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16Gb, 24Gb, 128Gb 이상 고용량 모듈 등의 제품 인증이 완료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HBM 제품은 세계 최초로 12단을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 HBM3 제품까지 공급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3에서 8단 16Gb, 12단 24Gb 제품을 주요 업체에 출하했으며, 다음 세대인 HBM3P 제품은 24Gb를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했다.

이후 다음달인 8월 SK하이닉스는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HBM3E를 정상 개발중이며, 6세대 HBM 제품인 HBM4를 2025년까지 개발하겠다고 했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HBM 시장을 양분하는 체제가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는 주 수요처인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 실적설명회 자리에서 DDR5·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사양 메모리 개발 로드맵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차세대 제품 수요 증가가 현실이 되면 삼성·SK 반도체 흑자전환도 그만큼 앞당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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