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쓰기 표현력 높이고 싶다면, 딱 한 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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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경 기자]
'우리 아이는 표현력이 약해요.'
'표현에 한계를 느껴요. 어휘가 부족한 것 같아요.'
표현력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독(多讀)? 별도의 어휘 공부? 모두 맞는 말입니다. 내 안에 재료가 쌓여야 표출할 언어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는 일차원적인 생각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란 비언어를 언어로 전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이나 감정, 생각, 느낌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언어로 바꾸어 뭇 독자와 공감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무슨 말일까요? 결국 '글쓰기'란 비언어를 언어로 전환할 수 있기만 하면 뭐든 가능해 진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꼭 해당 어휘를 알지 못해도 '언어로써 표현할 수만 있다면' 뭐든 된다는 뜻이지요. 단지 의미만 통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평소 잘 쓰지 않는 어휘 하나, 그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의성어나 의태어로도 심상으로 그려지는 무엇으로도, 단지 언어로 표현하면 그만입니다
사랑을 사랑이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사랑을 몽글몽글 분홍빛이라고 쓰는 일, 사랑을 호이이이레이 소리 나는 것이라고 쓰는 일 이 모두가 글 표현의 일환입니다.
사족이지만 사실 비언어를 언어로 1:1 대응하는 방식보다 이게 더 어렵기도 합니다. 모든 사물이 속한 최초의 상태, 즉 '비언어'를 나만의 고유한 느낌으로 언어화(표현)하는 작업은 아무나 못하니까요. 예술 영역이지요.
▲ "엄마 나 글 쓸래!" |
ⓒ 언스플래시 |
그렇기에 독서가 적고 어휘가 부족해 표현력이 약하다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순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비언어와 언어를 1:1 대응해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어디까지나 '표현력'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표현하는 힘, 표현할 수 있는 힘, 표현해 내는 힘!
그렇다면 이쯤 제 생각이 궁금하시겠죠? 그게 전부인가요? 제목에 '표현력 높이고 싶다면 이것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자, 이제 핵심 메시지 들어갑니다.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님이라면 밑줄 쫙 그을 준비하시고요! 글 쓰는 어른이라면 두 손 모아 캡처 할 준비 싹 해주세요!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한 가지가 대체 뭐냐? 저는 이를 '안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감정의 관여. 밖에서 즐거이 뛰어노는 한 아이를 보았습니다.
아이는 미끄럼틀도 타고 모래밭에 뒹굴기도 하다가 신나게 그네도 타고, 어쩌다가 넘어지기도 했죠. 그러며 순간순간 뒤를 돌아보더랍니다. 엄마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나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나 여기 있으니 마음껏 뛰어놀아' 말하듯 아이에게 손짓했습니다.
안심한 아이는 거세게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뒤에 있다는 안정감이 아이를 자유분방 활동하도록 한 거죠. 세상 그렇게 통통 튀는, 활발한 아이는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표현도 안정감에서 옵니다. 어떤 안정감이냐고요? '내가 무엇을 표현해도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안정감 없이 아이는 마음껏 뛰놀고, 자기 표현해 낼 수 없습니다. 불안할 테니까요.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쓴 글 무엇이든 받아들여질 거라는 안정감, 이것이 표현력 높이는 1차적 핵심입니다. 믿음과 지지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고, 존중이 있는 글쓰기입니다. 이때 아이든 어른이든 자기표현 포텐을 파바바방 터뜨리게 됩니다. 이번엔 이렇게도 써볼까, 다르게도 써 볼까, 재미난 시도를 할 테니까요. 그러는 사이 표현력이 큽니다.
그러다 본인이 답답해지면 보충 삼아 어휘집을 펼치고, 책에서 단어를 수집하고…하겠지요. 모든 게 자연스럽습니다. 억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진짜 아이의 표현력이 자라길 원한다면 '네가 뭘 쓰든 나는 네 글을 받아들일 거야'라는 안정감을 전해주세요.
표현력 높이자며 어휘집 잔뜩 사기 대신 그저 지지하며, 믿음으로 기다려주세요. 보통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아이의 진짜 성장을 바란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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