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가 내 인생을 바꿔준다고?_돈쓸신잡 #120

박지우 2023. 10. 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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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가와 예술가에겐 공통점이 많다. 그들은 게임 체인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를 연 예술가다. 그는 예술을 종교라는 굴레에서 떼어냈다. 그렇게 근대가 열렸다. 다빈치보다 수백 년 후 태어난 스티브 잡스도 세상을 바꾼 기업가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어떻게 재편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일론 머스크는 어떤가. 문제적 인물이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명하게 나뉜다. 하지만 테슬라라는 기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테슬라 성장에 위기를 느낀 기존 자동차 업체도 앞다퉈 전기차를 만들고 있으니, 이런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머스크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 월터 아이작슨의 선택을 받는 사람들 」
Getty Images Korea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작가에 의해 전기가 쓰였다는 것이다.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전기 작가다.

자존심 강한 스티브 잡스가 월터 아이작슨을 찾아가 "부디 나의 인생을 책으로 써주시오"라고 부탁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이렇게 탄생한 스티브 잡스 전기는 우리나라에서도 50만 부 이상 팔렸다.

월터 아이작슨은 일론 머스크 전기도 내놨다. 그는 이 글을 쓰기 위해 머스크를 2년 동안 밀착 취재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월터 아이작슨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승연 작가는 월터 아이작슨에게 "가까이서 지켜본 일론 머스크는 어떤 사람이었나요?"라고 묻는다. 이 인터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페르소나에 관한 것이었다.

「 페르소나 전략 」
Unsplash
월터 아이작슨에 따르면 머스크는 여러 페르소나를 갖추고 있으며, 각각의 페르소나로 이동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페르소나란 쉽게 말해 '인격적 가면'을 의미한다. 더 쉽게 표현하면 부캐의 개념으로 봐도 무방하다.

머스크에겐 X(구 트위터)에서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악동 같은 페르소나가 있다. 반면, 일할 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페르소나로 접속한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해맑다가 한순간 악마처럼 돌변하기도 한다. 월터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거의 지킬과 하이드 수준의 페르소나를 갖춘 입체적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은 머스크와 같은 페르소나를 갖고 있지도 않고 가질 이유도 없다. 머스크 역시 저런 성향이 생긴 건 결코 아름답지 않았던 유년 시절의 어둠 때문이다.

「 부캐의 힘 」
Unsplash
다만 부캐 전략으로만 생각하면 보통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한국 선수가 있었다.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주재훈 선수 이야기다. 그는 엘리트 교육을 받은 스포츠인이 아니다. 본업은 청원경찰이다. 대학교 때 처음 양궁을 접한 그는 꾸준히 취미로 양궁을 즐겼다. 유튜브를 보고 기술을 익히기도 했다. 동호회 양궁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거뒀고,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발탁됐다. 그에게 궁사는 일종의 부캐였을 것이다.

또 다른 멋진 사례도 있다. 최근 프로 복싱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한국 챔피언에 오른 서려경 선수의 본업은 소아과 의사다. 2019년 동료 의사의 추천으로 권투를 시작했다. 처음엔 취미 수준으로 생각했지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부지런히 훈련을 했다. 타고난 운동 신경에 노력까지 더해 결국 챔피언 벨트를 땄다.

「 나의 영역을 찾아가는 일 」
이처럼 세상에는 한 가지 일만 하지 않고 기꺼이 여러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본캐만 잘 유지하는 것도 충분히 벅찬 일이다. 하지만 꼭 본캐가 나의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엔 또 다른 나의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 어느 영역에서 나의 재능이 발휘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부캐를 만들어 다양한 문에 노크를 해보는 편이 좋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처럼 세상을 바꾸긴 힘들지라도 최소한 나의 삶은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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