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폭격 병원은 기독교 병원이었다
지난 17일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폭격 병원은 기독교 병원이라고 18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가 보도했다. 현지명 알아흘리 아랍병원은 1882년 영국 성공회 소속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돼 지금까지 운영돼왔다. 20세기 중반부터는 미국 남침례교단(SBC) 선교부에 의해 운영됐으며 지금은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에 소속돼있다.
침례교를 뜻하는 아랍어인 알마마다니(Al-Ma'amadani)로도 불리는 이 병원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22개 병원 중 한 곳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 이후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폭발이 발생한 병원 안뜰에 가족과 함께 피난처를 마련하기도 했다.
병원장인 수하일라 타라지(사진)는 앞서 전 세계 기독교인에게 호소하면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님의 손에 들린 도구로 여기 있다. 우리는 모든 분쟁 속에서 부상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고 자비로운 마음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 병원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 아랍계 기독교인인 타라지 병원장은 30년간 이 병원에서 일해왔다. 그는 “가자지구 사람들은 높은 실업률과 정전, 불안을 겪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일어나기 몇 주 전까지 병원은 이미 환자로 압도당했고 자금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타라지 병원장도 환자 진료에 매진해 오전 8시에 근무를 시작하면 다음 날 새벽 4시에나 끝났다고 CT는 전했다.
병원은 폭발 이전에도 피해를 입었다. 성공회커뮤니언뉴스서비스(Anglican Communion News Service)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으로 병원 암센터 2층이 손상됐고 직원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당시 성명을 통해 병원에 의료품이 부족해 중환자와 부상자들을 대피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이번 병원 폭격에 대해 “인간 생명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CT는 중동 의학 역사가 칼튼 카터 바넷 3세의 석사 학위 논문을 인용, 1882년 개원한 이 병원이 당시 지역의 가난한 무슬림과 여성 등에게 복음을 전할 목적으로 세워졌다고 전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초기 병원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성경을 읽고 환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영국 성공회 선교사들은 병원 부지 내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더 많은 복음 전도의 열매를 거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은 이후 1954년 SBC 해외선교부(현 국제선교부)가 이 병원을 매입해 가자침례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30년간 병원을 관리했다. SBC 선교사들은 가자지구 유일의 간호학교를 열기도 했다.
가자침례병원은 1956년 수에즈 위기와 기타 사건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치료했다. 1957년부터 1967년까지 이집트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동안 이집트 대통령 가말 압델 나세르는 병원을 방문해 병원 업무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병원은 1967년 6일 전쟁 중에도 계속 운영됐다. 당시 가자침례교회를 이용해 임시 병상을 마련했고 500명의 환자가 대피했다.
70년대 후반 미국 SBC는 가자침례병원을 성공회에 반환했고 성공회는 이 병원을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로 편입했다. 당시 병원 운영자는 지금의 병원 이름인 알아흘리 아랍 병원으로 명명했고 침례교 직원들은 87년까지 계속 봉사했다.
가자지구 유일의 복음주의 교회인 가자침례교회 전 담임 한나 마사드 목사는 “17일 발생한 폭발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소중한 분들이 기독병원이어서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해 찾아왔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는 가자지구를 비롯해 서안 지구와 예루살렘, 요르단, 레바논에서 의료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교구에 따르면 알아흘리 아랍 병원은 무료 유방암 검진과 최소 침습 수술에 대한 가자 최초의 의사 훈련 프로그램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CT는 밝혔다.
현재 가자지구 내 기독교인 인구는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4년까지 1300여명이었다.
타라지 병원장은 “아랍 기독교인은 유대인과 무슬림, 서구와 중동 사이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기독교는 모든 사람을 위한 평화와 사랑”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 단 한 명의 신자도 찾지 못할까 두렵다.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그곳에 머물도록 도와야 한다. 이곳은 기독교와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땅이다.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의 좋은 모범을 보여주고 돕기 위해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루살렘 성공회 교구는 성명을 발표하고 “교회는 기도로 연합하고 병원에서의 학살을 규탄하며 수백 명의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 전문.
교회는 기도로 연합하고, 병원에서의 학살을 단호히 규탄하며, 수백 명의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평화와 화해, 그리고 참혹한 갈등의 종식을 위한 세계 단식과 기도의 날을 엄숙하게 기념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성지에서 연합하여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성찰의 날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가자에 있는 알아흘리 성공회 병원에 대한 잔혹한 공격으로 훼손되었습니다. 고린도후서 4장 8~9절을 인용합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환난을 당해도 꺾이지 않습니다. 당황했지만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박해를 받아도 버림을 당하지 아니하며 쓰러져도 망하지 않는다”는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되새깁니다.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예루살렘 성공회 교구는 가자 중심부에서 발생한 이 잔혹한 공격을 규탄합니다. 초기 보고에 따르면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는 반인도적 범죄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제 인도법의 교리에 따르면 병원은 성역이지만, 이번 공격은 그 신성한 경계를 넘어섰습니다. 우리는 의료 시설 보호와 대피 명령 철회를 간청한 저스틴 웰비 대주교의 요청에 귀를 기울입니다. 안타깝게도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피난처가 없습니다.
목격된 황폐화는 교회를 신성모독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것과 결합되어 인간 품위의 핵심을 공격합니다. 우리는 이것이 국제적인 비난과 보복을 받아 마땅하다고 분명히 주장합니다. 민간인을 보호하고 이러한 비인도적인 끔찍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긴급 호소가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는 우리 부지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영혼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우리의 모든 교회와 기관에서 애도의 날을 선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헌신적인 직원과 취약한 환자들에 대한 극악무도한 공격을 애도하며 우리의 친구, 파트너, 선의의 개인들이 연대하여 애도할 것을 간청합니다.
A Statement by The Episcopal Diocese of Jerusalem
Church Unites in Prayer, Firmly Condemns Massacre at Hospital, and Grieves the Loss of Hundreds of Innocent Civilians.
In a solemn observance of a global day of fasting and prayers for peace, reconciliation, and an end to the harrowing conflict, Christians stood united in the Holy Land. However, this day of reflection was marred by a brutal attack on our Al Ahli Anglican Episcopal Hospital in Gaza during the Israeli airstrikes there. Citing 2Cor. 4:8-9a, “We are afflicted in every way, but not crushed; perplexed, but not driven to despair; persecuted, but not forsaken; struck down, but not destroyed,” we reflect on the unwavering spirit in the face of adversity.
In the strongest terms, the Episcopal Diocese of Jerusalem condemns this atrocious attack that has transpired in the heart of Gaza. Initial reports suggest the loss of countless lives, a manifestation of what can only be described as a crime against humanity. Hospitals, by the tenets of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are sanctuaries, yet this assault has transgressed those sacred boundaries. We heed the call of Archbishop Justin Welby, who implored for the safeguarding of medical facilities and the rescission of evacuation orders. Regrettably, Gaza remains bereft of safe havens.
The devastation witnessed, coupled with the sacrilegious targeting of the church, strikes at the very core of human decency. We assert unequivocally that this is deserving international condemnation and retribution. An urgent appeal resonates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fulfil its duty in protecting civilians and ensuring that such inhumane horrific acts are not replicated.
As we grieve the loss of countless souls who perished on our premises, we declare a day of mourning in all our churches and institutions. We beseech our friends, partners, and individuals of goodwill to stand in solidarity, mourning with us the heinous assault on our dedicated staff and vulnerable patients.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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