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북·반공·혐북의 세대, 우리는 북한을 제대로 알고 있나
[임재근 기자]
남북관계가 곤두박질치고 9.19군사합의 마저 파기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북 바로알기가 절실하다고 호소하는 책이 나왔다. 책의 제목은 <전략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서출판 선인), 저자는 김광수다. 흔히 쓰는 북한 대신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사용하고, 그 앞에 붙은 '전략국가'란 수식어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책을 처음 구상하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의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다.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는 말은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거인 악당은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쇠 침대에 눕힌 뒤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행인의 몸을 잡아 늘려 죽이고, 행인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 죽인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저자는 "우리가 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꼭 이 프로쿠르스테스의 행동과 너무나도 닮아있다"면서 "자유주의적 질서, 좀 더 좁히면 반북·반공·혐북의 시각에 맞게만 바라보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전략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유폐幽閉된 북北의 참모습을 마주하다> 표지. 저자 김광수, 출판사 선인, 326쪽. |
ⓒ 도서출판 선인 |
두 번째 장은 지금까지 유폐된 북의 모습들로 알려진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내고 있다. 저자는 북한이라는 나라는 없는데도, 북한으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남침-북침 논쟁을 넘어 이제부터는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부르자고 말한다.
또한 빈곤과 부민, 수령과 우상, 후계와 세습, 개건과 개조, 개혁과 개방 등의 북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하는 유사하거나 상반된 용어들을 가지고 우리가 오해하거나 잘 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촘촘히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 3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걸어왔던 역사, 특히 미국과의 대결사를 통해 어떻게 전략국가 지위까지 오르게 되었는지를 밝히며 북이 추구하고 있는 미래상에 대해서도 추론해보고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내용들은 본문 사이사이에 보충설명을 통해 충분히 담으려 했다.
그간 북 바로알기 차원의 책들이 여러 권 선보였다. 이번 책이 이전 책들과 다른 점은 북 체제의 특성, 이데올로기적 힘, 그들이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 힘 등에 천착해 보다 본질적인 차원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이전의 책들은 국가보안법이 작동하는 상황 하에서 북의 실체적 모습보다 생활, 문화, 기타의 가십거리 위주로 우회해 접근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 책은 북 바로알기와 관련해 좀 불편하고 긴장된다하더라도 국가보안법 뒤에만 숨지 말고 북 바로알기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북 바로알기와 자신의 사회정치적 삶에 정면으로 직면하고,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도 공급해 준다.
저자 김광수는 1966년생으로 북의 정치와 사상을 전공한 정치학 박사다.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저서로는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 등이 있다. 현재는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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