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로봇은 더 일하고 싶다

김철현 2023. 10.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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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에서 로봇 한 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인 무릎 정도 높이의 적재함에 4개의 바퀴를 단 이 로봇은 평균 시속 6㎞ 정도로 달리며 편의점에 주문한 커피와 음료를 고객이 있는 곳까지 배달한다.

그동안 도로교통법은 로봇의 보행로, 횡단보도 이용을 제한했다.

이쯤 되면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 일상을 대비해 제도가 착착 잘 갖춰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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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보행로에서 로봇 한 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인 무릎 정도 높이의 적재함에 4개의 바퀴를 단 이 로봇은 평균 시속 6㎞ 정도로 달리며 편의점에 주문한 커피와 음료를 고객이 있는 곳까지 배달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실제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해 제한된 구역에서만 가능했던 이런 모습을 조만간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된다.

19일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시작점이다. 그동안 도로교통법은 로봇의 보행로, 횡단보도 이용을 제한했다. 이번 개정안은 자율주행 로봇을 차가 아닌 보행자로 분류해 보도로 다닐 수 있게 했다. 성큼 다가온 일상에서 로봇과의 공존, 로봇이 사람과 섞여 보도를 누벼도 괜찮을까.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실제로 실증 서비스를 하는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따라가 봤다. 로봇은 사람이 약간 빠르게 걷는 속도 정도로 움직였다. 충돌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는 낮아 보였다. 가다가도 사람이 다가오면 잠시 멈추거나 피해서 움직였다. 강아지 등 낮은 높이의 사물도 인식하고 동작을 멈췄다. 골목길에서 자동차와 마주치자 길 한쪽으로 비켜섰다. 횡단보도에선 카메라로 신호를 인식해 길을 건넜다. 도착해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받기까지 자연스럽게 보도를 걷는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로봇은 이미 우리와 함께 보도를 다닐 준비가 돼 있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은 이를 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실외 자율주행 로봇을 우리 사회 일원으로 포함시키는 첫발이라면 내달 17일 시행되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은 로봇에게 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은 실외 이동 로봇의 정의, 운행안전 인증체계, 보험 가입 의무 등을 규정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 보도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 일상을 대비해 제도가 착착 잘 갖춰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법적 체계 마련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미국에선 2016년 개인배달장치법(PDDA·Personal Delivery Device Act)이 제정됐다. 배달 로봇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주행 영역, 무게, 속도 등을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내용이다. 미국 워싱턴DC를 시작으로 20여개 주가 PDDA 형태의 주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제도와 법적 근거 마련에서 미국과 비교해 7~8년 뒤진 셈이다. 당연히 관련 기술의 발전, 기업의 성장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규제가 해소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 해소에 맞춰 기술 개발 고도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숙제는 많다. 기존 자율주행 기술에 더해 신호 등 상태 정보를 활용해 과밀하고 복잡한 도심지 교통환경에서 한층 안전하게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가다듬고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규제는 아직 남아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제 2조는 택배 등 생활 물류의 운송 수단을 화물자동차와 이륜자동차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로봇의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우리 사회 일원인 로봇에게 사회적 역할이 부여된다. 이를 시작으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의 역할은 확대될 수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혁신은 거저 이뤄지지 않는다.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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