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 출연 예고한 림킴 화보 공개
Q : 방송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 원밀리언이 ‘YO-SOUL’과 ‘YELLOW’를 섞은 곡으로 만든 메가크루 퍼포먼스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됐죠. 림킴의 음악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A : 너무 깜짝 놀랐어요. 정말 감격스러웠고요.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극대화된 퍼포먼스였죠. 마치 제가 그 곡을 쓴 마음을 다 알고 계신 것처럼 만들어주셔서 기뻤고, 정말 많이 돌려봤어요. 동양의 아름다움, 아시아 여성의 힘, 모든 게 담겨 있었어요.
Q : 4년 만에 공백을 깨고 나와, 아시아 여성에 대한 페티시를 비꼬면서 우리가 왕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서슬 퍼런 음악들이었죠. 당시 아주 좋은 충격을 받았어요. ‘와, 내가 알던 김예림이 맞아?’
A : 제가 은퇴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죠.(웃음) 그 4년간은 정말 음악 작업만 했어요. 차근차근 쌓아 올렸기 때문에 제겐 전혀 놀라운 게 아니었지만, 김예림을 알던 분들에겐 놀라운 변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단지 ‘내가 재밌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마음뿐이었기에 아무 제한도 한계도 두지 않았거든요.
Q : 유튜브 댓글 중 멋진 것이 있었어요. “용이 새장에 갇혀 있었네요, 앞으로의 림킴을 기대하겠습니다.”
A : 하하하. 부정적인 반응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정말 감사해요!
Q : 서바이벌 프로로 데뷔한 후 바로 기획사가 생기며 시스템 속에서 음악 활동을 하던 시절이 있었죠.
A : 어린 나이에 경험이 전혀 없었잖아요.모든 걸 다 회사에서 정해주고 정작 저 자신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답답했어요. 저는 원하는 게 확실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여성 솔로 아티스트에게 강요하는 정형화된 틀도 있었죠. ‘어, 이건 내가 아닌데?’, ‘이게 내가 생각했던 음악 하는 사람이 맞을까?’ 그런 의문들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서 내 커리어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싶었죠.
Q :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어요?
A :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 저는 제 직감을 믿어요. 어떤 일이 제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될 때, 이게 아니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죠.(웃음) 저는 어릴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거든요. 하고 싶은 걸 포기한 적이 없죠. 그래서 저는 제게 당연한 길을 택한 거예요.
Q : 그렇게 4년간 혼자 소속사 없이 크루를 모으고, 자비를 쓰고, 크라우드 펀딩까지 해서 앨범을 냈죠. 상업 신에서 독립 신으로 옮겨와 처음부터 자기 손으로 음악을 만들어본 경험은 어땠나요?
A : 제일 자유로웠던 순간이에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이었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집중해서 하고 또 했죠. 저는 원래 ‘디깅’하는 걸 좋아해서, 멋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에게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모두 제 또래라 더 즐거웠고요. 함께 작업하자고 개인적으로 연락했을 때 다들 제가 투개월인지 김예림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새로운 걸 같이 한다는 생각에 즐거워 했죠. 자비를 쓰는 것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여러 사람의 조언으로 펀딩을 했을 때 성공적인 결과가 나와서 무척 고무됐던 기억이 나네요. 회사에 소속돼 있었을 때 이 산업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는데, 그걸 직접 부딪히면서 알게 돼 좋았어요.
Q :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낄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 메인스트림에 있든 바깥에 있든 저는 이런 사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웃음) 저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거나 같은 생각을 한다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의 메시지를 받으면,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 힘이 나죠.
Q : 림킴이 작사한 가사들을 좋아해요. 특히 ‘SAL-KI’에서 “I’m unfuckable creature”라는 가사.
A : ‘unfuckable’이란 단어에 꽂혔어요. 강렬하고 단단하죠. 저는 평소에 ‘loud’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림킴’이라는 멋있는 아시아 여성 캐릭터가 단호한 어조로 이런 얘기를 선언하듯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상상했어요. 〈GENERASIAN〉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런 기분으로 써 내려갔죠. 저 스스로도 이 곡들을 쓰고 부르면서 굉장히 임파워링이 됐어요.
Q : 많은 여성에게 용기를 줬죠.
A : 저 역시 그 용기를 받는 일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Q : 무엇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A : 자기 의견이 분명한 사람.
Q : 아시안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어떻게 확립했어요?
A : 한번 의문을 갖기 시작하니까 모든 게 의문이더라고요. 나는 지금 어떤 시대에,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여기 이곳에 살아 있나. 당연하게 생각하면 다 당연한데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다 궁금해지잖아요? 그래서 그걸 끝까지 파봤어요. 그리고 지금 여기에 발 딛고 서 있는 저라는 존재, ‘아시안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음악으로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Q : ‘MAGO’에선 한국 신화의 창세신, 모계 신화를 불러옵니다. 판소리 합창단과 협업해서 무대를 만든 적도 있죠. 어떻게 한국적인 것에 매료됐나요? 림킴에게 한국적인 것이란?
A : 아시아 여성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초점이 맞춰졌죠. 한국적인 것의 본질은 뭘까? 한국사와 한국 문화를 다룬 책과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 특기인 디깅을 했어요. 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서로 다른 색깔을 섞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적인 에너지 같아요. 미국의 팝을 들여와서 한국의 K팝을 만들었듯이.
Q : 살기를 쏟아내고 난 지금, 서슬 퍼렇던 음악이 부드러워진 느낌입니다. 그간 림킴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 앨범 〈GENERASIAN〉 작업을 4년간 하면서 다 쏟아낸 느낌이에요. 하고 싶은 걸 다 했거든요. 그래서 앨범 활동을 마치고 나니 다 비워져 새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했어요. 입구로 들어가서 출구로 나온 사람처럼, 이젠 넥스트 챕터를 펼쳐야죠. 림킴이라는 캐릭터를 확립했지만, 인간 김예림은 계속 변화하니까요. 여전히 저는 넥스트로 가는 길목에 있어요. 아직도 새로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싱글을 연말에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고요, 새 앨범은 내년에 나올 것 같습니다.
Q : 김예림, 림킴, 또 새로운 림킴. 페이즈 3가 열리는군요.
A : 그렇죠. 인생이 많이 남았으니까요.(웃음)
Q : 시스템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A : 우선순위를 안정적인 것보다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두었던 거. 어떤 분들은 제 행보를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돌아보면 그런 것 같긴 한데,(웃음) 단지 저는 제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에요.
Q : 림킴처럼 용기를 내고 싶은 소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 저와 같은 마음인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해요. 단지 저 같은 사람들은 생각이 많다 보면 때론 스스로를 갉아먹을 때가 있는데요, 제일 안 좋은 것이 자기 파괴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고요.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나중에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될 거예요. 그런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서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죠. 방황하는 시기를 거치고 나면 분명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테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빨리 하세요!(웃음)
Q : 아티스트로서 당신의 영혼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뭘까요?
A : 직감.
Q : 가장 두려운 것은?
A : 잘해내야만 한다는 강박.
Q : 지금 마음 깊이 갈구하는 것은?
A : 앨범의 완성. 그리고 그것을 저와 비슷한 방식으로 느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들. 어디서든 어떻게든 나타나주면 정말 반갑고 고마워요.
Q : 어릴 땐 어떤 아이였어요?
A : 조용하지만 자유로운 아이. 공부도 하고 싶은 과목만 했어요. 그렇다고 소란을 일으키는 스타일은 아니고 눈에 띄지 않게 혼자서 잘 노는 아이였죠. 하고 싶은 건 해야 했고, 그런 점에서 부모님이 늘 지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 언제부터 노래를 하고 싶었나요?
A : 원래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거든요. 중학교 때 캐나다에 가서 1년 정도 유학을 했는데, 그곳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저도 동화됐어요. MTV를 보며 저런 팝스타들처럼 나도 노래하고 싶다는 꿈이 선명해졌죠.
Q : 림킴의 야심은 무엇인가요?
A : 내가 잘하고 싶은 걸 잘하는 것. 제겐 자아 효능감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노래를 듣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Q : 림킴 같은 행보를 걷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A : 쉽지 않지만, 이젠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2〉 같은 프로그램도 새로운 장을 넓히고 있죠.
Q : 당신의 프로페셔널리즘은 어디서 드러나나요?
A :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것. 그리고 일할 때는 프로듀서와 싸우듯이 맹렬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요. 진짜 싸우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Q : 롤모델이 있어요?
A :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본인의 것을 멋지게 해내는 모든 아티스트.
Q : 당신은 무엇을 믿나요?
A : 나의 판단. 저도 확신하지 못해 제가 믿는 사람들에게 확인하려고 할 때가 있죠. 그런데 어떤 의심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저는 저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요. 어떤 사람인지, 장점과 단점은 뭔지, 계속해서 디깅하며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죠. 그렇게 깊게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저인 거예요.
Q : 림킴이 보는 림킴은 어떤 사람이에요?
A : 의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유연한 사람입니다.(웃음)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 선택들이 매번 중요해요!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