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아깽이에서 성묘까지…40마리 고양이 폭풍 성장기

서믿음 2023. 10.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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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은 길 위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40마리가 성묘로 자라나기까지의 성장기를 17년간 관찰한 내용을 담았다.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아깽이가 악착같이 밥을 먹고 조금씩 살이 붙어 어엿한 고양이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사료 배달이 헛되지 않았구나, 조금은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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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시인인 저자는 ‘고양이 식당’이라 이름 붙인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은 길 위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40마리가 성묘로 자라나기까지의 성장기를 17년간 관찰한 내용을 담았다.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만남을 이어간 40마리의 성장 기록을 소개한다. 고양이가 자연 속에서 나무를 타고, 으름 열매나 도토리를 공처럼 굴리고, 눈밭을 맹렬하게 뛰어다니는 장면 등을 포착한 사진도 수록했다. 주목받지 않는 길 위의 생명을 향한 시인의 사랑이 가득 묻어난다.

아무것도 아닌 삶은 없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관심 밖에서 소외된 묘생을 사는 고양이도 고양이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고양이도 고양이로서 온 힘을 다해 산다. 나는 그저 그들의 삶에 약간의 사료를 보태고, 이름을 불러주고, 묘생을 기록했을 뿐이다. 돌아보건대 고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은 체념하기보다 용감했고, 비굴하기보다 당당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고양이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정기적인 급식으로 먹이사냥의 부담을 던 만큼 취미와 여가를 누리고, 자연을 즐겼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아픈 현실은 잠시 접어두고 배가 부른 만큼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사실 이런 작업은 고양이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나는 협조적인 고양이를 꽤나 여럿 만났고, 오랜 세월 그들과 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 본문에서

내가 도착했을 때 맹자가 눈을 깜박인 건 혼신의 마지막 인사였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속으로 이젠 마중도 안 나온다고 타박까지 했었다. 어쩌면 녀석은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눈을 감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맹자를 마지막으로 끌어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그리고 평소 자주 오르내리던 구릉에 구덩이를 파고 녀석을 묻어주었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던 겨울 어느 날이었다. - 본문에서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아깽이가 악착같이 밥을 먹고 조금씩 살이 붙어 어엿한 고양이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사료 배달이 헛되지 않았구나, 조금은 위안이 된다. 밥을 배달하고 고양이 사진을 찍으며 받았던 주변의 눈총과 이런저런 상처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사실 무수한 고양이들이 질병과 배고픔의 고비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해 별이 되곤 한다. 모든 성장한 길냥이는 무사히 성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 본문에서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 이용한 지음 | 이야기장수 | 392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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