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확신을 갖는 순간, 암과의 싸움은 이기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3. 10. 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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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이병욱 박사의 작품 <행복한 항구> 37.9X45.5cm Acrylic on Canvas 2021
암은 전인적인 질병입니다. 지나온 삶에서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제거해야 병이 더 잘 낫는다는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의료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선순위는 환자가 자신의 삶이 새겨진 모래밭에서 게의 흔적을 따라가 구멍에 숨은 게를 잡아내는 것입니다.

오늘 사례를 들려드릴 환자분은 처음 진료실 문을 열었을 때 ‘까다로움’ ‘엄격함’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분이었습니다. 어디서 군대생활을 했는지 모르지만 해병대나 특수부대원 같은 인상이 들었습니다. 집에 가면 수건은 각이 잡힌 채 제자리에 놓여 있고, 비누에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묻어 있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열이 나면서 온몸이 피곤했는데,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도 그런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나자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귀국해 병원에 갔더니 담도암이라 했습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오랫동안 헬스클럽을 다니며 건강에는 자신이 있던 그였습니다.

수술할 때 담도는 다 제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지만, 췌장이 문제였습니다. 삶의 질을 위해 일부만 절제하기로 결정하고 항암 치료까지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1년 뒤에 폐, 간, 림프에 전이돼 길어야 한두 달 살 수 있겠다는 선고를 들어야 했습니다.

저를 찾아왔을 때는 공기 좋은 시골에 내려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혼자서 요양 중이었습니다. 이미 걸린 암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에 빠른 대처를 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을 부정하거나 분노할 때, 그는 사업가다운 판단력으로 재빠르게 타협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에게는 ‘나는 낫는다’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낫고자 하는 열망은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노력하는 것과 확신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게다가 이미 암 박사 돼서 생활습관을 엄격히 적용해 따르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가 모르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날 저는 그에게 아무런 처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듣기만 했지요. 2주 뒤에 다시 찾아왔을 때 자신의 말에 가장 귀를 기울여준 의사여서 이제는 제 말을 무조건 따르겠노라 했습니다. 치료 받을 준비가 됐다 했습니다. 그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만의 고집이 강했다는 것입니다. 살구 씨가 몸에 좋다고 해서 2000개를 먹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의지는 강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암에서 벗어나겠다, 먼저 이렇게 선언해 보세요.”
그는 머쓱하게 따라했습니다. 기도를 함께 하자고 하자 자신은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이유는 의사가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를 섬기겠다는 것에 대한 다짐이자, 하늘에 그의 목숨과 영혼을 살리게 해달라는 간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면담을 통해 웃고 울면서 자신의 속에 있는 것들을 다 토해내게 했습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모든 것을 열심히 했습니다. 병원에서 체크하는 생활 수칙에 100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치밀하고 의욕적이었습니다. 이제는 그에게 여유로움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 수 있는 취미를 찾으라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점차 살구 씨 같은 건 먹지 않았고, 아내가 해주는 정상적인 평범한 식사를 했습니다. 지금은 농담도 잘할 뿐 아니라 팔씨름을 하자고 장난도 걸어올 정도로 여유가 넘칩니다.

“왜 기도도 안 해주고 마무리하십니까?”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이제 그는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잘 웃고 잘 울며 감정을 자연스레 발산합니다. 아내에게는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등 180도 달라진, 부드럽고 관용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은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암에 잘 걸리는 유형이 보입니다. 내성적인 사람, 속으로 삭히지도 못하면서 풀어놓지도 못하는 사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람. 지나치게 꼼꼼하고 치밀한 사람. 꼭 끝을 봐야 하고, 어떤 일이든 지지 않으려는 사람. 머리카락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안 되는 사람. 불평불만, 시기, 미움, 증오에 가득 찬 사람. 비관적인 사람. 우울한 사람. 곱씹고 또 곱씹는 사람. 이런 사람들 옆에서 사는 사람.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있습니다. 환자가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나, 가족이 환자를 포기하거나,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으면 삶은 결코 포기되지 않는 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 처음 들어오는 환자분들에게 “나는 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선언하라 합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확신을 갖는 순간부터 암과의 싸움은 이기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삶을 고치되 확신부터 가지세요. 여러분은 모두 암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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