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그린피, 코스 컨디션에 따라 책정돼야 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 한 해 국내 골프장들은 기록적인 이상 기후 여파로 코스 관리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골프장이 책정한 적지 않은 그린피를 냈는데 코스 컨디션이 엉망이었다면 뒷맛이 개운할 리가 없다.
회원제와 비회원제 골프장은 정부 규제없이 그린피를 골프장이 임의적으로 책정한다.
골프장 측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카스카디아 2023년 시즈널 그린피 할인 안내'를 통해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국내 골프장들은 기록적인 이상 기후 여파로 코스 관리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여름 내내 폭우가 내렸다가 폭염이 이어지는 날들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마치 뜨거운 물로 나물을 데치는 것과 같아 잔디가 성할 날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고온다습한 기온에 약한 양잔디 코스 일수록 피해가 더 컸다. 페어웨이는 베어그라운드 투성이고 그린은 모래밭과 다름없는 골프장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국내 남여 투어 토너먼트 코스에서도 심하게 망가진 코스들이 중계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목도되기도 했다.
골퍼 입장에서 제대로 관리된 코스만큼 좋은 서비스는 없다. 관리가 잘된 코스는 ‘양탄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렇다면 올 여름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양탄자 페어웨이’는 과연 있었을까. ‘글쎄’다.
비싼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음식이 맛없었다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골퍼에게 선택권이 없는 그린피도 마찬가지다. 골프장이 책정한 적지 않은 그린피를 냈는데 코스 컨디션이 엉망이었다면 뒷맛이 개운할 리가 없다.
우리나라 골퍼들은 코로나19 펜데믹 때 겪은 ‘그린피 트라우마’가 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때아닌 특수를 누린 골프장들이 코스 컨디션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정부지로 그린피를 인상했던 것.
골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건 당연했다. 그러자 정부가 개입했다. 골프장을 회원제, 비회원제(프리미엄 퍼블릭), 대중형 골프장으로 분류한 뒤 그린피를 차등화 시켰다.
회원제와 비회원제 골프장은 정부 규제없이 그린피를 골프장이 임의적으로 책정한다. 대신 그에 상응한 세금을 부과했다. 반면 대중형을 선언한 골프장은 세금 혜택을 주는 대신 정부가 정한 상한선을 따르도록 했다. 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을 넘으면 안된다.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와 비교했을 때 20~30% 감소했다고 한다. 수요가 줄고 공급이 과잉 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게 자본부의 시장경제 원리인데 골프장 그린피는 그것과는 무관한 듯 하다. 하물며 코스 컨디션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열대 기후로 접어 들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골프장들이 기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때가 된 것이다. 골프장과 골퍼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모색해야할 시기다.
여러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로 ‘그린피 탄력 운용’을 제안해 본다. 코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원래 책정된 정상 그린피를 받되 그 반대일 경우는 그린피를 내려 주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에 오픈한 강원도 홍천 소재 카스카디아CC다. 이 골프장은 개장 전부터 골퍼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주중 39만 원, 주말 51만 원으로 책정된 국내 최고가 그린피 때문이었다.
그랬던 카스카디아가 그랜드오픈과 함께 그린피를 인하하기로 했다. 골프장 측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카스카디아 2023년 시즈널 그린피 할인 안내’를 통해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유난히도 고온다습한 혹서기가 찾아온 올해 잔디 생육이 원활하지 못하고 전국적으로 잔디 수급이 쉽지 않았던 등의 원인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코스 퀄리티 상태에서 고객 여러분들을 모신 상황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그 마음을 담아 2023년 시즈널 그린피 할인을 시행하고자 하오니 고객 여러분의 많은 양해와 많은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그린피는 당초 책정된 금액에서 시간대별로 주중 9만 원~12만 원, 주말은 12만 원~18만 원까지 인하했다. 이 정도면 수도권 대부분 골프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린피에 관한한 상징적인 카스카디아의 이번 조치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그린피 탄력 운용’, 적어도 혹서기 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기 전까지 시기만큼은 고민해볼만한 화두가 아닌가 싶다.
부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산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쾅쾅쾅’…시민들 혼비백산
- ‘성관계 영상 삭제’ 요구한 여자친구 뺨 때린 20대男
- “용지 없이 당첨금 받아갔다고?”…로또 산 유튜버 황당 경험
- “갤럭시 쓰는 男 안 만나” 여대생에…충주시 유튜브 발칵
- 성인 비만율 32.5%…30대 남성 ‘절반’은 비만
- “즉시 신고”…전자발찌 훼손 후 도주한 40대 성범죄자
- 국밥서 나온 돈벌레?…점주 “끓였는데 다리 멀쩡하나”
- 횟집 수족관 광어·우럭 폐사…옆 가게서 표백제 뿌렸다
- “하마스 최고지휘관 아이만 노팔 사망…캠프 공습당해”
- “죽이고 교도소 간다”…기절할 때까지 女점주 때린 50대 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