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지역경제에 집중한 이재용 회장의 1년
②이재용 회장 취임 1년…현장경영 핵심 키워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선제적 투자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집중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부문(DS)이 업황 악화로 부침을 겪으면서 삼성전자 전체 실적이 쪼그라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제적 투자가 있어야 미래 성장도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과감한 투자를 밀어부쳤다. 또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 실천에도 앞장섰다.
◆적자여도 선제적인 기술 투자는 과감하게=디스플레이는 이 회장 취임 후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6년까지 충청남도 아산 신규 8.6세대 IT용 OLED 생산 라인 건설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회장이 대규모 투자 대상으로 디스플레이를 선택한 것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대한민국 IT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한때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한 산업이지만, 지금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 위기에 놓인 산업 중 하나다. LCD의 경우 중국과의 격차가 없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OLED는 한국의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이 역시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 언제 따라잡힐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반도체와 바이오도 이 회장이 선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분야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서 상반기에만 9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나는 등 최악의 시장상황을 견디고 있지만 상반기에만 23조2400억원의 첨단공정 증설·전환 및 인프라 투자 중심의 시설투자를 단행하며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도 구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삼성의 바이오 사업도 이 회장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바이오에서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지속적으로 세계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접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22일간의 미국 출장에서 20여개 글로벌 기업 CEO와 연쇄 미팅을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존슨앤존슨(J&J), BMS,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바이오젠, 오가논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 CEO들이 다수 포함됐다. 10월 기준 2조7000억원을 수주해 지난해보다 많은 연간 3조원 수주 가능성에 파란불을 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증설에 한창이다. 현재 5공장 건설 중으로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해 8공장까지 순차적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상생'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앞장=이 회장의 취임 1년 현장경영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지역경제 활성화다. 지난해 10월27일 취임 후 공개된 이 회장의 대외 행보 대부분은 '지방'으로 채워졌다. 첫 행보는 취임 이튿날 찾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과 협력회사다. 이어 11월에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과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부산 지역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올해 2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와 천안·온양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후에도 구미전자공고와 구미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연구소, 충남 아산 코닝 50주년 기념식 참석 등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파트너사 관련 지방 일정들을 소화했다. 이 회장이 취임 후 잇따라 지방 사업장을 주요 현장 경영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궁극적으로 지역 협력사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넘어 지역과의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지방 사업장을 방문하고, 협력사와 중소기업을 둘러본 것은 그 자체가 JY의 메시지"라며 "삼성전자와 지방의 상생을 염두에 둔 행보"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광주, 부산, 대전 지역을 다녀갈 때마다 각 사업장에 있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를 방문해 교육생들을 격려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전국 주요 도시에 만들어진 SSAFY는 지역 청년들에게 취업 가능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지역 산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재를 공급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CSR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회장(당시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동일인(실질적 총수)으로 지정한 이후 삼성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SSAFY를 시작했다. SSAFY는 현재까지 약 4000명 넘는 교육생을 SW 개발자로 키웠다. 이 회장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SSAFY와 관련해 "SW 인재 양성은 IT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만큼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금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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