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사형제]③"사형 존치 효과 확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부작용 우려"

김형민 2023. 10. 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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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불붙은 사형제 논쟁에 관해 법조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사형제 존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에 대해선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형제 존치로 얻는 효과 무시할 수 없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형제 완전 폐지는 탈억제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형제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사형제가 폐지되면 이런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검장 출신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도 "사형제를 없애고 대안을 만든다고 해서 새로운 예방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출신인 예상균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변호사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해도 사형제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며 "폐지가 오히려 피해자측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흉악범을 직접 수사해본 검사 역시 대부분 사형제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형 재집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살인을 해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니 나는 괜찮다’는 생각을 범죄자들이 갖게 되면 일반 국민은 형사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렵다면 사형제를 존속만 시켜도 유의미하다"면서도 "일단 제도가 있으면 그것을 쓰는 것이 집행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교정시설에 부담… 법원엔 '또 하나의 선택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놓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기대감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우선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정착됐을 때 교정당국이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흉악범을 교정시설에 영구히 격리하면 사회는 상대적으로 안전해지겠지만, 위험은 교정시설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다른 수용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간단히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삶에 대한 희망이 박탈된 수용자로 인해 교정시설 안에서 살인, 폭행 등 범죄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교정공무원들도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희망이 없어진 범죄자를 관리하는 교도관들은 엄청난 감정 노동은 물론이고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부가 검토 중인 ‘흉악범 전담 교도소’ 지정 또는 설치에 대해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김 변호사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우리도 미국처럼 징역 300년형과 같은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사람의 기대 수명은 100년도 되지 않는데 그런 식의 선고가 국내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며 "사법부가 희화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예 변호사는 "사형과 병존시키면, 앞으로 우리 법상 형벌체계는 무거운 순서로 사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가석방 있는) 무기징역-유기징역 순으로 될 것인데, 법원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형이 하나 더 늘어나 더욱 충실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사례도 참조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 영국, 불가리아 등이다. 독일은 1949년 사형제를 폐지하면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했지만,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져 1978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가석방 있는 무기형으로 바꿨다. 프랑스, 이탈리아도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시행했다가 교정 행정상 애로와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없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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