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인형사러 새벽 2시 오픈런"…잘파 잡으려 '키링' 손잡는 유통업계
리바이스 입었단 소식에 '잘파 장사진'
'귀여운 희귀템' 화제성 등에 업고자
유통 대기업·글로벌 브랜드 잇따라 손 내밀어
귀여운 아이템에 목매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눈에 들기 위해 '키링'과 손잡은 유통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기성세대에겐 금시초문이지만 잘파세대 사이에선 온라인 오픈런을 불러왔던 '모남희' 키링을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의 팝업스토어에 모셔오자, 이를 구하기 위해 잘파 방문객이 구름떼처럼 모여든 것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지난 17일부터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서 리바이스의 대표 제품인 '501' 출시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 중인 팝업스토어가 '오픈런'과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해당 팝업스토어에서 하루 150~200개 한정 판매하는 '리바이스 업사이클 데님을 입은 모남희 키링'을 구하기 위해 1020세대가 장사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 첫날 모남희 키링 판매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됐음에도, 구매 대기 줄은 당일 새벽 2시부터 시작됐다. 줄은 점점 길어져 오전 8시50분 입장 번호표 배부와 함께 판매 대기가 마감, 조기 품절됐다. 밤새 줄을 서 번호표를 받은 이들은 다시 판매가 시작되는 오후 3시에 방문해야 했지만, 번호 안에 든 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조기 품절 소식을 들은 이들은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둘째 날인 18일에는 더욱 많은 방문객이 몰려, 이날도 번호표 배부와 동시에 판매 대기가 종료됐다.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된 모남희 키링은 검은색 '블핑이'와 갈색 '브레드' 2종으로, 리바이스 데님을 업사이클해 만든 옷을 입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리바이스 501을 의미하는 501개씩, 총 1002개만 제작돼 하루 150~200개 한정 판매에 나서다 보니, 모남희 팝업 기간 내내 오픈런이 발생하고 있다. 이현수 롯데백화점 캐주얼2팀 바이어는 "방문객은 재판매(리셀) 목적보다는 직접 소유하고 수집하기 위해 구매에 나선 '모남희 찐팬'들이 대다수"라며 "모남희 키링뿐 아니라 모남희 캐릭터를 활용한 자수, 패치 등 테일러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팝업이 끝나는 오는 22일까지 이같은 오픈런과 조기 품절 사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에 6만8000원, 만만찮은 구매가지만 밤샘 오픈런에도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인 것이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다. 디지털 기기가 익숙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만큼 트렌드에 밝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UN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잘파세대가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면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자)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계가 떠오르는 세대인 잘파의 트렌드와 흐름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파세대는 취향을 저격하는 귀여운 캐릭터 아이템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들 사이에선 최근 가방에 작은 인형 키링을 달고 다니는 것이 대유행이다. 모남희를 필두로 한 일부 캐릭터는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품절사태를 이어가고 있다. 모남희에서 만든 검은색 인형 블핑이는 온라인상에서 판매가의 2배가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한다.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힘들게 손에 넣었다면 SNS를 통해 자랑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널리 알린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 기념 행사에 '어른들은 처음 들어보는' 키링 캐릭터를 앞세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귀여움'으로 잘파세대 이목을 사로잡는 마케팅은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캐릭터와 협업해 이를 새겨넣은 상품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기업 홍보 모델로도 캐릭터를 채용하는 모습이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는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스타벅스와 함께 내놓은 '미키 키링' 굿즈는 재판매가가 2배 이상 붙어 거래되는 등 없어서 못 사는 아이템 반열에 올랐다. 대상그룹은 지난해부터 그룹 PR 광고로 '존중 캠페인'을 내세우면서 조구만 스튜디오의 '하찮은 공룡들' 캐릭터를 모델로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소유할 수 있는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템은 잘파세대뿐 아니라 이를 통해 힐링하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다"며 "유통업계의 캐릭터 활용 방식은 앞으로 더 폭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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