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는 의사, 은퇴 언제 하실 건가요? [의사들 생각은…]

이슬비 기자 2023. 10. 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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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4만 3000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의사들이 생각하는 의사 은퇴 적령기는 60~70세로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사에게 정해진 은퇴 시기란 없습니다. 실제로 80세 이상의 고령에도 의사직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100세를 넘은 의사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생명과 관련된 의료 지식을 꿰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지니고 있는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하면, 의사에게 '정년'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결국 은퇴는 숙명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안(신체)에선 피로하다며 아우성치고, 밖(사회)에선 일선에 설 젊은 인재들이 밀어닥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의사 은퇴 적령기는 언제인가요?

◇의사들이 생각하는 은퇴 적령기는 '60~70세'
1000명의 의사에게 언제 은퇴할 계획인지 물어봤습니다. 답변은 ▲60세 이상 70세 미만(43.8%) ▲70세 이상 80세 미만(20.5%) ▲50세 이상 60세 미만(19.6%) ▲80세 이상(9.9%) ▲50세 미만(6.2%) 순으로 많았습니다. 60~70세 사이에 은퇴하겠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6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은퇴 희망 나이인 '60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았습니다.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의사의 은퇴 적령기'를 고르라고 묻자, 60~70대를 고른 답(51.6%)이 더 많아졌고, 전체적으로 적령기로 선택된 연령대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50~60세를 선택한 비율은 11.2%로 줄었고, 70~80세를 선택한 비율은 25.3%로 늘었습니다. 50~70세 사이를 고른 의사들은 "전문직이므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건강 관리만 잘되면 능력 되는 날까지 일할 계획", "향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필수과 지원이 더 하락해 기존 전문의의 은퇴 연령이 늦어질 것으로 사료됨" 등의 이유를 댔습니다.

사진=인터엠디 제공
다만, 단지 은퇴 계획을 물었을 때보다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의사 적령기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80세 이상’을 선택한 의사는 오히려 9.9%에서 6.7%로 줄었는데요. 의사들은 그 이유로 "60세 중반부터 보통 인지 기능, 체력 저하를 겪기 시작하므로, 80세 이상엔 적절한 의료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신 지견과 기술을 따라가기 어렵다", "후학을 위한 배려" 등을 꼽았습니다. 한 의사는 "고령이 될수록 진료와 치료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객관적 지표를 내, 그에 맞춰 은퇴 시기를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은퇴 이후엔 재취업보단 휴식 원해
절반 이상의 의사들이(64.3%)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할 때 ‘긴 정년’을 고려했다고 답했는데요. 은퇴 이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매일 바쁜 삶을 살기 때문인지 '취미 생활'이 51.8%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후 '전원생활'과 '의료와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분야 공부, 개척'이 10.7%로 공동 2위, '책 쓰기 등 진료로 바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아실현'이 10.3%로 4위,'재취업'이 5위(9.7%), '의료 봉사'가 6위(6.0%)였습니다. 정년이 따로 없는 직업인 만큼, 은퇴 이후 휴식을 취하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국민일자리앱 벼룩시장이 지난해 직장인 8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은퇴 후 재취업을 희망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진=인터엠디 제공
◇의사 61.5%, 은퇴 의사로 인력난 해결에 긍정적
그러나 재취업을 원한 의사들이 선호한 직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보건의료기관(43.3%)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었고, 11.3%는 '공공, 민간 상관없이 인력 부족한 의료 취약지', 7.2%는 '필수 의료가 필요한 곳'에 재취업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공통점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원하는 은퇴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한 곳에 재취업 시키는 게 의료인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한 대안이 되진 않을지 의사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무려 61.5%가 찬성했습니다.
사진=인터엠디 제공

또 '국가에서 은퇴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한 60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꼽게 했을 때도 1위가 '은퇴 의사들을 인력이 부족한 취약지, 공공의료원의 일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51.3%)'이었습니다. 한 의사는 "법의학과 병리학 분야에서는 이미 은퇴 의사의 활용이 활성화되어 있다"며 "개인의 선택권만 보장되어 있다면 바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의사는 "노령을 대상으로 한 취약지역진료는 발달된 산업 의료보다 경험이 많은 의사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의료계 인력난은 과쏠림 문제로, 은퇴 의사 활용과는 다른 문제"라고 반박하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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