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리걸테크 AI 포럼'… 리걸테크 산업의 현재와 미래 한 눈에

최석진 2023. 10.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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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은 법률서비스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민명기 로앤굿 대표)

“장기적으로 법률 업무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안기순 로앤컴퍼니 법률AI 연구소장)

법률신문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가 후원한 ‘2023 리걸테크 AI 포럼’은 2023년 국내 리걸테크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된 ‘2023 리걸테크 AI 포럼’. 이날 포럼에는 법조·기업·정부·로스쿨 등의 고위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들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국내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들은 물론 정부·법조계 고위 관계자, 법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 리걸테크 산업의 현 주소와 비전을 확인하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 종합법률정보회사 렉시스넥시스의 파스칼 로지어(Pascal Rosier) 북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법률 분야에서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진화’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글로벌 관점에서의 생성형 AI 발전 현황을 소개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된 ‘2023 리걸테크 AI 포럼’에서 파스칼 로지어(Pascal Rosier) 렉시스넥시스 북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법률신문

그는 “연구자들에 따르면, 2040년쯤 AI의 역량이 인간의 뇌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법조인들은 전문직 종사자로서 이러한 변화와 발전상을 인식하고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지어 디렉터는 “챗GPT와 같은 일반화된 AI와 달리 리걸 AI는 제공된 정보의 검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정확성’이라는 A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리걸테크 기업들의 노력과 더불어 법조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생성해 전달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과 법조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 그는 “AI 기술로 초래될 개인정보 침해와 데이터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빈틈없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된 ‘2023 리걸테크 AI 포럼’에서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석진 기자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은 축사를 통해 “법률 플랫폼들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마침 법적인 문제가 법무부의 변호사 징계 취소로 일단락이 된 시점에 이런 리걸테크 AI 포럼을 개최하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오래된 산업인 법률 산업의 디지털 변환을 이끌 리걸테크 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선진국의 리걸테크 기업들이 국민들이 편리하고 유능한 법률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에 진입한 것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리걸테크는 법률소비의 일상화를 이끌어 법률시장이 의료시장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2023 리걸테크 AI 포럼'에 참가한 리걸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참석자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최석진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주요 국내 리걸테크 기업의 대표들이 직접 강단에 올라 회사가 제공하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개발 중인 신기술을 소개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포럼이 진행되는 회의장 밖 로비에는 각 기업들의 제품 시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됐다. (본지 18일자 관련기사 ‘2023 리걸테크 AI 포럼’ 법률 플랫폼 체험… 판결 분석부터 법률문서 작성까지 참조)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엘박스의 이진 대표는 “결론 도출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법률 인공지능이 진화해가야 되는 방향은 결론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고유한 창조적 고민의 결과로 결론을 세워주면 그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그런 논리적인 검토 과정을 생성형 기반으로 보완해 주는 게 인간과 법률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뢰인에게 변호사비를 지원하는 소송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인 로앤굿의 민명기 대표는 “지난 10년간 변호사 수는 거의 3배 가까이 성장했고, 법률시장도 변호사 총 매출을 보면 약 2.3배 정도 성장해서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며 “하지만 퇴직한 고위공직자의 취업이 제한되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중대형 로펌에의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뢰인과 변호사의 상호작용을 혁신함으로써 의뢰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변호사는 수임료를 낮출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라며 “중요한 건 법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법률시장을 확장하는 것을 비전으로 두고 있다”라며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 강화, 경제적 부담의 완화 등을 통해 잠재적 법률수요를 개척하며 법률시장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 민 대표는 "제 생각에 생성형 AI는 법률 서비스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생성형 AI는 자연어를 이해해서 소통할 수 있다"라며 "법률 업무라는 게 원래 맥락을 고려해서 이해하고 정리하고 설득하는 게 핵심이어서 생성형 AI와 가장 잘 부합하는 분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이 AI가 기초적인 정보 전달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에서 넘어서 변호사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저는 이걸 만들면서 오히려 더 계속해서 확신이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광고, 온라인 법률상담, 판례 검색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안기순 법률AI 연구소장은 법률 AI와 거대 언어 모델(LLM)의 구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법률 분야의 특수성에 대해 살펴보면 할루시네이션은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뉴욕주 변호사들이 챗GPT가 알려준 가짜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망신도 당하고 벌금까지 받았다”라며 “정확성이 중요한 법률 영역에서 이 할루시네이션은 치명적이라서 반드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방안을 세워야 된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제 생각도 있지만, 지금 말씀드릴 내용은 유럽의 한 학자와 일본의 변호사 한 분이 쓴 책을 많이 참고했다”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법률 업무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는 전형적인 업무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두 번째는 패턴을 깨뜨릴 수 있는 전문가의 지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가 ‘리걸테크에 대한 규제 기준과 변호사법 개정의 과제’를 주제로, 최현윤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일본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 및 리걸테크 현황’을 주제로 강연했다.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된 ‘2023 리걸테크 AI 포럼’에서 고진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법률신문

한편 이날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고진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특별초청축사에서 “각국은 지금 기술 경쟁, AI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라며 “법률 분야 역시 이러한 AI 혁신의 화두에 올라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왜 전자정부도 있고 디지털정부도 있었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윤석열 대통령이 들고 나왔을까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다”라며 “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일단 한 단계 더 전자정부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계략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대응하기 위한 정부 혁신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신의 디지털 기술과 민간의 혁신 역량을 정부가 적극 활용해서 인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모든 데이터가 융합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법률 분야의 디지털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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