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의대 증원', 대통령실 나서면서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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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가 속도를 내다 갑자기 벽에 부닥친 모습입니다.
당초 19일 파격적인 증원 계획을 발표하려 했으나 의사들의 거센 반발로 한 발 물러난 상태입니다.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발을 뺀 상황입니다.
특히 의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이라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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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천명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확대 폭을 놓고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확대 폭이 1천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수도 있다. |
ⓒ 연합뉴스 |
중구난방 의대 증원 규모 '언론플레이'
최근 쏟아진 의대 증원 보도의 진원지는 대통령실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의사들과 확대 규모와 시기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보궐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실이 큰 관심을 보이며 핵심의제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때부터 설익은 보도가 쏟아져 증원규모가 연 500명, 1000명에 이어 3000명까지 중구난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에서 홍보 효과를 높이려고 '언론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 주변에선 윤 대통령이 선거 후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이 이슈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8%가 찬성 의사를 밝혔듯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다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도 고려요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경우 대비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직접 밝히는 방안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선거 패배 만회에만 급급하다보니 곳곳에서 졸속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증원 규모만 해도 제각각으로 혼란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언론에 주로 보도된 '1000명'이라는 숫자도 근거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고령화로 2035년이면 의사수가 1만 명 부족할것이라는 전망 외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습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복지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1000명 이상으로 주문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당장 의사단체들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1월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논의를 시작해 현재까지 14차까지 개최된 상태입니다. 그간 협의를 통해 증원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세부 보완대책에 대해선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실이 설익은 사안을 성과로 포장하려다 말썽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발을 뺀 상황입니다. 자칫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다가 의사들이 파업을 결행하면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특히 의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이라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여당이 뒤늦게 의료수가 개선과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의사들을 설득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17년간 동결된 의대정원을 늘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정책을 다루는 모양새가 너무 가벼운 게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여당 내에서도 지난해 만5세 조기입학과 주69시간 근무제 추진 당시의 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이슈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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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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