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10년물 금리 5% 코앞..."Fed 동결해야" 힘실리는 비둘기(종합)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8일(현지시간) 4.9%를 돌파,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 여전히 탄탄한 소비지출이 확인된 여파다.
최근 국채 금리 급등으로 금융시장 여건이 한층 긴축된 만큼 연방준비제도(Fed) 안팎에서는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설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날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연설에 쏠린다.
10년물 금리 4.9%대 돌파..."상승세 이어질 것"
뉴욕 채권시장에서 이날 오후 3시께 10년물 금리는 4.904%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4.9%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218%로 2006년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5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는 각각 4.93%, 4.98%대로 뛰었다. 해리스 파이낸셜의 제이미 콕스 파트너는 CNBC에 "시장은 금리가 어디에서 정점을 찍을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호조를 나타내면서 10년물 금리는 지난 3거래일 연속 상승세, 지난 5거래일 중 4일간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공개된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시장 전망치(0.2%)를 훨씬 웃돌았다. 산업생산 역시 전월보다 증가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여파가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국채 금리 상방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Fed는 지난해 3월 이후 무려 11차례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5~5.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여기에 최근 국채시장 수급 여건도 국채 금리 오름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최근 미 국채 입찰은 저조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재정정책에 대한 불안감,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수요가 줄어든 여파다. 블랙록은 전날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할 수 있다"면서 "채권시장이 단기적으로 더 큰 변동성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치솟고 있다. 모기지뉴스데일리의 일간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8%를 돌파했다. 8%대 금리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금리 동결하고 지켜보자" 힘 실리는 비둘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Fed 안팎에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 여건이 한층 긴축된 만큼 경제 전반에 어떤 여파가 있을지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확인되고 있고,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 등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비둘기파 목소리를 지지하는 배경이 됐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잠시 자리에 앉아있을 때"라며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했다. 그는 "높은 금리 상황에서 생존할 수 없는 기업들이 걱정된다"면서 더 많은 기업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탄탄한 수준을 나타낸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둔화 시그널이 확인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커 총재는 "(앞서 단행한) 긴축 여파가 흡수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오래 금리를 동결할 필요도 없다. 몇 달간 경제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ed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손꼽혀온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역시 같은 날 "미 경제가 유지될지, 약화할지 기다리며 지켜보고 싶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그는 국채금리 급등이 일종의 긴축 역할을 하며 Fed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었다.
다만 Fed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제약적인 기조의 통화정책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여전히 인플레이션 경계감도 표했다. 같은 날 공개된 Fed의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는 "대부분의 지역이 9월 이후 큰 변화가 없다"면서 "단기 경제전망은 대체로 안정적이거나 다소 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베이지북은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타이트한 고용은 전국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파월 입에 쏠리는 눈, 무슨 말 할까
공개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을 앞두고 19일에는 파월 의장이 뉴욕이코노믹 클럽 연설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물가안정목표 2% 달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신중한 결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쉬나 구하 전략책임자는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지만 국채금리 급등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면서 "11월 정책 대응이 시급하지 않고 Fed가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의 메시지가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매파 성향의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11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9%이상 반영 중이다. 전날 88%, 일주일전 90%에서 훨씬 높아진 수치다.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에도 동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59%대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Fed는 9월 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미국의 금리를 5.25~5.5%로 동결하는 한편, 연내 한차례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을 예고했었다.
한편 뉴욕증시는 이날 국채 금리 급등세, 3분기 실적 발표 여파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98% 내린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1.34%, 1.62% 하락 마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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