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우려에 대형 증권·캐피털사 조달 금리 고공행진
비우량 금융회사는 자금 조달 어려워…양극화 심화
대형 증권사와 캐피털사의 채권 조달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제2 금융권의 자금 조달 환경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국내외 금리 상승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해외 대체투자 손실까지 겹치면서 증권사와 캐피털사의 신용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실 우려가 큰 중소형 금융회사의 경우 채권 투자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도 5% 넘는 금리 조달…수익성·재무구조 악화 우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7일 3년 만기 회사채를 5.175%에 간신히 발행했다. 2년 만기 채권의 발행 금리도 4.984%로 5%에 육박했다. 지난 3월 10년 만기의 장기채 금리가 5.181%에 결정되긴 했지만, 국내 5대 대형 증권사의 3년 이하 만기 증권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수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최대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다가 투자 수요를 충분히 모으지 못해 23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면서 "증권사 채권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의 투자 수요가 확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공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가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수요예측에 나섰는데 투자 수요를 충분히 찾지 못해 500억원어치만 발행했다. 자금 조달 만기도 계속 짧아지고 있다. 올해 3월과 5월 6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년, 1년6개월 만기 채권도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채에 대한 싸늘한 시각은 PF 부실과 해외 대체투자 손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증권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증권사 신용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1년 이하 만기의 단기자금 조달 금리도 신용도에 따라 4~7%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CP와 단기사채 발행도 위축되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최근 1년간 277조7000억원의 CP와 단기사채를 발행해 279조원을 상환했다. 약 1조3000억원 규모를 순상환한 것이다. 자산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순발행 기조를 이어왔던 과거와는 다른 모양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KB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의 은행계 증권사와 뒷배가 없는 비은행계 증권사의 자금 조달 금리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만큼 은행계와 비은행계의 수익창출 능력이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량 캐피털사 채권 금리도 5% 넘어…비우량사는 자금조달 못해
PF 투자를 많이 한 캐피털사들의 채권(여신전문금융채권, 여전채) 조달 금리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AA- 등급 여전사의 3년 만기 여전채 조달 금리가 5%를 넘어서며 레고랜드 사태가 안정화된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국내 캐피털사의 상당수는 AA- 등급에 포진해 있다. A급(A+, A, A-) 여전사의 여전채 조달 금리는 6~8%까지 상승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BBB급 이하 등급을 보유한 여전사는 두 자릿수 금리를 지불하더라도 일상적인 영업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캐피털사의 자산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캐피털사는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소매대출과 리스, PF대출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조달 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여전채 발행 주관 업무를 주로 하는 IB업계 관계자는 "특히 PF로 자산을 불려온 캐피털사들은 PF를 대체할 다른 수익 창출처를 찾아야 하는데 금리 차익을 얻을 만한 고수익 투자처를 발굴하기 쉽지 않다"면서 "캐피털사의 자산 성장이 정체되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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