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대통령실의 애매모호한 '따뜻한 경제'

정재형 2023. 10. 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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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분야 일정을 '따뜻한 경제' 일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앞으로 '따뜻한 경제' 일정의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체감 경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대통령실 경제수석실에서는 '따뜻한 경제'와 관련해 다방면으로 아이디어를 수소문해 구체적인 주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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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분야 일정을 '따뜻한 경제' 일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앞으로 '따뜻한 경제' 일정의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체감 경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신성장산업 및 수출에 주력했던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제를 고물가·고유가 대응 등 민생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에서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또다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민생물가 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물가관련 회의는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돼 17일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배추 2주간 2200t 공급, 천일염 1000t 50% 할인 공급 등이 발표됐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알뜰주유소가 적은 수도권 지역의 자영 알뜰주유소를 올해 안으로 1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통령실 경제수석실에서는 '따뜻한 경제'와 관련해 다방면으로 아이디어를 수소문해 구체적인 주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도 민생 살리기 취지에 맞게 동네의 불편함을 해결할 '혁신제품' 아이디어를 대국민 공모 중이다.

'따뜻한 경제'가 갑작스레 등장해 강하게 추진되는 이유가 뭘까. 추석 민심을 제대로 들어서일까,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충격 때문일까, 내년 4월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지금부터 밑작업을 하는 것일까.

민생 살리기, 국민고충 해소 등을 더 제대로 하자는데 트집 잡을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정부가 일상적으로 잘 해야 할 일에 굳이 '따뜻한 경제'라는 이름을 붙여서 대통령실에서까지 나서서 해야 하나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를 비롯해 여러 연설과 발언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보수의 핵심 가치다. 자유 경쟁과 시장 기능이야말로 경제의 효율성을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에게 사회안전망을 통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기시키거나 그마저 안될 경우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보수 아닌가. 당장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국가의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을 쓰는 포퓰리즘은 보수의 가장 큰 적(敵)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인사들과 국민의 힘 '김기현 2기 체제' 인사, 주요 국무위원,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국민통합위원회 만찬 자리를 가졌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많은 서민과 청년이 가계부채 문제로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서민과 청년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정부 출범 후 이미 많은 대책을 통해 정교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혹여나 지금 정책보다 더 이상 뭘 하겠다고 하면서 포퓰리즘에 가까운 걸 내놓을까 우려된다.

'따뜻한 경제'는 2012년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처럼 뭔가 좋은 것 같다는 이미지를 풍기지만,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지만 정작 정부 출범 후에는 아무런 성과 없이 사라졌다. '따뜻한 경제'도 '경제민주화'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4월 총선에 도움이 되기는 하나?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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