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의대 증원 반대’ 의사 유튜버, 이번엔 “분위기 달라”

권남영 2023. 10. 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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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가 2020년 8월13일 올린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에 대한 닥프의 생각' 영상의 한 장면. 닥터프렌즈 유튜브 영상 캡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전 정부에서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을 때 반대했던 의사 유튜버들이 관련 입장을 내놨다.

구독자 11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씨는 17일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약 3년 전 공공의대 정책이 발표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했다”며 “정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의견을 표명하라는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다. 그렇게 올린 영상에 무수히 많은 비난 댓글이 달렸고, 심지어 살해 협박도 당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처음엔 이해가 잘 안 갔던 것도 사실이고 화도 났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채널이 갖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의사들이 선출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시각에 따라 의사들을 대변하는 채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해당 채널은 전문의 오진승·우창윤·이낙준씨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이씨는 최근 논란이 되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대해 “공공의대나 이번 정책이나 목표는 필수의료 회복과 지방의료 회복 두 가지일 것”이라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필수의료에 한해 현재 수가로는 환자 수가 적어 병원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지방으로 향하는 사람이 얼마나 늘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가 2020년 8월13일 올린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에 대한 닥프의 생각' 영상의 한 장면. 닥터프렌즈 유튜브 영상 캡처


그는 “다만 지금 현재 지방 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병원들을 지원하면서 정해진 지방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근무해야 하는 정원 외 인원을 늘린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 생각이 조금 바뀌는 계기였다”며 “뭐가 됐건 적어도 현재 수준의 의료 시스템은 유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데 무턱대고 하는 의사 수 증원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근데 제 생각이라는 것도 어쩌면 저도 모르게 밥그릇 싸움 혹은 동료의식의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제 개인적인 생각에 또다시 파업과 같은 격렬한 투쟁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집행부 생각이야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주위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씨와 함께 닥터프렌즈 채널에 출연했던 내과 전문의 우창윤씨는 댓글로 “저희의 바람은 어쩌면 여러분 모두와 같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계속해서 건강하게 유지됐으면 한다”며 “저희도 환자가 되고, 제 아이들도 언젠가 나이 들고 아플 날이 올 테니 말이다”라고 첨언했다.

앞서 닥터프렌즈는 2020년 8월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에 대한 닥프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당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의사가 부족한 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필수과의 전문의가 배출되기 전까지 필수과를 하려고 하는 의사의 수는 더 없어져서 문제가 될 거다” “의대 증원보다는 공공의료원을 짓고 수가 개선·지원하는 게 오히려 돈도 적게 든다” 등의 주장이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구독자 27만명의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 측도 의대 정원 증원 추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채널은 ‘기피 부서’로 알려진 산부인과 전문의 3인이 운영한다. 이들은 지난 15일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든 윤석열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의대생 증원은 반대한다. 의대 증원해봐야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안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의대 정원 늘려봐야 제 밥그릇에는 하나도 영향 안 준다. 그들이 전문의 되려면 저는 은퇴할 때가 다 될 것”이라며 “메이저과 수련 환경 바꾸고 그 과들이 나와서도 진료 잘할 수 있게 하고, 응급의료 전달체계 잘 만들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전문의들 잘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8월에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치안이 추진됐으나 의사들이 총파업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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