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유재석도 찍는 촌스러운 '졸사'…네이버 조용히 웃는다
토종 AI 보정사진 열풍
■ 팩플 오리지널
「 느닷없이 1990년대식 미국 ‘졸사(졸업사진)’가 빵 터졌습니다. ‘백팩에 후드티’ 최태원 회장 등 셀럽들의 프로필 사진인데요, 겪은 적 없는 ‘추억 사진’을 AI가 만들어 줍니다. 아직 결혼 생각 없는 Z세대들이 미래의 2세 사진을 AI로 점춰봅니다. 애들 장난 같은 이 앱, 장난이 아닙니다. 7달 만에 벌써 270억 매출을 올리고 뒤에서 웃는 회사가 있습니다.
」
지난달 말 국내 소셜 미디어(SNS)에선 1990년대 미국 졸업앨범(Yearbook, 이어북) 스타일의 인공지능(AI) 프로필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우 한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방송인 김나영 등도 이 유행에 동참했다. 최소 5500원을 내고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고등학생 같은 얼굴로 보정해 주는 앱 ‘에픽(EPIK)’이 국내 셀럽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 에픽을 만든 곳은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SNOW)다. 이달 초 에픽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대박 행진 중이다. 에픽은 지난달 18일 이어북을 출시한 이후 미국·영국·태국 등 56개국 앱스토어에서 전체 다운로드 수 1위(10월 10일 기준)를 차지했다. 독일·아랍에미리트·스위스 등 93개국에서는 사진 카테고리에서 1위 앱에 올랐다. 미국 경제전문지 CNBC는 “AI가 생성한 90년대 졸업앨범 사진을 올리는 게 새로운 SNS 트렌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에픽은 이용자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8~12장 올리면 90년대 미국 졸업사진 스타일로 보정한 사진 60장을 생성해 준다. 돈을 내면 24시간 안에(스탠더드·5500원), 혹은 2시간 안에(익스프레스·8800원)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결코 싸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지난 7일 미국 정보기술(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를 인용, 에픽이 iOS에서만 약 700만 달러(약 92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1월 스노우는 자사 카메라 앱 ‘스노우’에서 ‘AI 아바타’를 선보인 데 이어 5월에는 ‘AI 프로필’을 출시했다. 학생증이나 신분증 사진 콘셉트지만, 실물보다 훨씬 예뻐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150만 건의 이용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8월엔 나의 어린 시절이나, 나를 닮은 가상의 자녀 얼굴을 보여주는 ‘AI 베이비’도 출시했다.
이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가 온라인상에 적극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편이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스노우 관계자는 “잘파세대가 온·오프라인에서 공유하는 콘텐트를 면밀히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스노우는 ‘AI 아바타’ 출시 이후 보름 동안 20만 명 이상의 유료 사용자를 모았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스노우는 애플·구글 양대 앱마켓에서 총 2000만 달러(약 2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누적 매출의 약 90%가 올 1~7월 발생했다. 9월 출시된 에픽 이어북 성과까지 포함하면 매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제부턴 이 관심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행에 성공한들 일회성 결제에 그쳐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매출·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스노우의 전략은 ‘잘파세대’ 그 자체다. 2016년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에서 분사한 스노우는 사용자 중 MZ세대 비중이 90% 이상인 스노우 앱을 비롯해 에픽·푸디·B612 등 카메라 앱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월 이용자수 1000만 명을 확보한 영어학습 서비스 ‘케이크’, 전 세계 누적 가입자 3억 명을 넘긴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지난해 매출 1300% 성장을 기록한 리셀 플랫폼 ‘크림’ 등 다양한 자회사(네이버의 손자회사)를 통해 국내외 잘파세대를 공략 중이다. 크림은 시리즈C까지 총 3406억원,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2405억원, 케이크는 시리즈A로 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스노우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24년차 IT 기업 네이버에 스노우는 ‘미래 먹거리’다. 문제는 스노우가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스노우의 주요 매출원은 카메라 광고, 구독, 단건 결제 등이다. 그러나 잇따른 투자로 남는 건 없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노우는 매출 193억원, 영업손실 619억원을 냈다. 그런데 올해 AI 프로필, 이어북의 연이은 흥행으로 매출이 뛰었다.
스노우는 이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앱 내 유료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서버 비용 등을 제외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 얼마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이와 별개로 스노우 자회사들은 상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스노우는 크림·네이버제트에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한국IB부문 김영기 대표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며 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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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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