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항저우아시안게임 그 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7~8년 전쯤 2월로 기억된다.
당시 프로야구 전지훈련이 있던 일본 오키나와 출장 때 우연히 그곳에서 훈련 중인 한 실업 육상 선수들을 만났다.
그들도 날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끝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8년 전쯤 2월로 기억된다. 당시 프로야구 전지훈련이 있던 일본 오키나와 출장 때 우연히 그곳에서 훈련 중인 한 실업 육상 선수들을 만났다. 그들도 날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인터뷰도 하고 식사도 함께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 똑같이 전지훈련을 온 프로야구 구단과 이들의 처지는 너무나도 달랐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좋은 호텔에서 숙식하며 양호한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보다 열악한 숙소에서 자며 일반인들도 함께 이용하는 운동장에서 훈련을 했다. 그래도 당초 예정돼 있지 않았던 전지훈련을 감독이 팀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에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마련했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은 소박했다. 바로 옆에서 훈련하는 야구 선수들처럼 일확천금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저 “간신히 실업팀에 왔다. 이곳에서 계속 운동하며 여느 직장인처럼 월급 타며 생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런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가끔 주목을 받을 때가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대회다. 얼마 전 끝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럭비 대표팀은 17년 만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역도에선 김수현이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실격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에서 판정이 번복되는 순간 바닥을 구르며 눈물을 흘렸던 그 모습에 많은 국민이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2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들의 모습은 잊힌 것 같다. 지금 전남에선 전국체전이 한창이고, 여러 의미 있는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우민은 수영 4관왕을 달성했고, 김수현은 한국 신기록을 들어 올렸지만 감동의 울림은 항저우 때보다 훨씬 못하다.
반면 졸전을 펼쳤던 프로 스포츠는 그때만 욕을 먹었을 뿐 여전히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평균 연봉 5억원이 넘어가는 선수들로 구성된 남자 배구는 항저우에서 대회 시작도 전에 예선에서 탈락했다. 아시아 12위 안에도 못 들어가는데도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는 선수가 있고, V리그 개막전은 관중이 꽉 찼다. 인기 스타가 즐비한 남자 농구, 여자 배구도 졸전을 펼쳤지만 그 인기는 시들지 않는다. 이들보다 인기가 덜하다고 알려진 여자 농구가 동메달을 따낸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최윤 선수단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인지 종목’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인기는커녕 알지도 못하는 비인지 종목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들의 노력이 널리 알려지고, 지원을 계속 받는 스포츠 문화가 필요하다.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군 미필자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4주간 기초 군사교육만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다.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선 공 한 번 던지지 않은 투수가 병역 특례 혜택을 입었다. 야구는 이미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병역 특례 논란이 제기돼 눈총을 받았다. 또 e스포츠와 바둑, 체스, 브레이킹 댄스, 카드게임 등이 스포츠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다.
사실 이런 병역 특례가 만들어진 지는 벌써 50년이 지났다. 그 당시엔 한국이 약소국으로서 엘리트체육을 통해 메달을 따 한국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위선양이 기준이라면 방탄소년단(BTS)도 금메달 못지않게 활약했는데 이들은 군대에 갔다. 이제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논의가 필요하다.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hirt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태원 회장,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과 첫 공개 행보
- “갤럭시 쓰는 男 안 만나” 여대생에…충주시 유튜브 발칵
- 박수홍, 숨진 김용호 대신 ‘소문 출처’ 형수에 고소장
- “이렇게나 줘요?” 받는 사람 놀라는 실업급여… 곳간은 ‘고갈’
- “고데기 얼굴 지져” 여배우 극단선택…일본판 더글로리
- 국토부, ‘집값 통계조작 연루 의혹’ 1급 2명 직위해제
- 중3 남학생이 엄마뻘 여성 납치…초교 운동장서 성폭행
- 인천서 한 손으로 아이 안고 오토바이 운전…경찰 추적
- “의사들, 꿀 빨았지? 증원해보니”…반응터진 변호사 글
- 의붓딸 13년간 성폭행한 계부…친모, 충격에 극단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