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LPGA 어린이집

김남중,문화체육부 2023. 10. 1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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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내년을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진다.

그 대표격이라고 할 '트렌드 코리아 2024'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돌봄 경제'를 내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매주 대회를 여는 LPGA는 대회가 있을 때마다 골프장 근처에 이동형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며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기혼 여자 선수들이 계속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LPGA 어린이집은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리그를 키우는 대단히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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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내년을 전망하는 책들이 쏟아진다. 그 대표격이라고 할 ‘트렌드 코리아 2024’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돌봄 경제’를 내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이달 초 열린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내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돌봄을 들고 싶다”면서 “돌봄은 이제 단지 연민이 아닌 경제의 문제가 됐다.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노동인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어린이집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매주 대회를 여는 LPGA는 대회가 있을 때마다 골프장 근처에 이동형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며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기혼 여자 선수들이 계속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LPGA 어린이집은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리그를 키우는 대단히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LPGA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최초의 프로스포츠 단체라고 한다. 30여년 전부터 대회 기간에 대회장 인근에서 선수와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무료 어린이집을 운영해 왔다. 선수들은 어린이집 덕분에 임신을 결정할 수 있었다거나 임신하고도 골프를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일본의 JLPGA도 올해부터 대회장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돌봄은 그동안 여성 문제나 복지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근래엔 경제 문제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클라우디아 골딘에게 수여된 것은 주류 경제학도 여성과 돌봄을 경제 이슈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경제학은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문인데, 남성들이 주도하는 분야이고 돌봄이나 가사, 여성노동 같은 주제를 외면해 왔다. 골딘은 93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세 번째 여성이고, 단독으로 수상한 첫 여성이다. 그는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 격차에 대한 연구로 수상했다.

골딘의 연구는 2021년 국내에서도 출간된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 담겨 있다. 그는 미국 대졸 여성들의 누적된 결혼·출산·고용 데이터를 분석해 남녀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성의 일(커리어)에 ‘아이가 끼어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 후 직장에서 1∼2년차 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수준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졸업 후 10년 정도 지나면 남녀 사이에 상당한 임금 격차가 생긴다. 왜 그럴까? 취업 후 10여년의 시기는 커리어에서 ‘올라가거나 나가거나’가 결정되는 시기이자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다. 이 두 가지 일을 함께 성취하는 데 여성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하버드대를 나온 여성들조차 졸업 후 15년 시점에 아이가 있으면 전일제로 일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돌봄 문제가 여성들의 발목을 잡아 주저앉힌다. 경제개발 전문가인 린다 스콧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배제돼 온 여성 경제활동에 ‘더블엑스 이코노미’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는 ‘더블엑스 이코노미’라는 책에서 남성은 이미 경제활동에서 최대치를 내고 있어 추가 생산력은 여성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성장이 멈춰버린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여성과 돌봄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기록적 저출산 역시 돌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답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돌봄이나 여성노동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는 폐지 대상이고, 장관은 공석이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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