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병원 폭발, 테러그룹 로켓 오발탓…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10. 1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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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백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우리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아닌) 가자지구 테러리스트 그룹의 로켓 오발 탓"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서안·가자지구에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이스라엘 국방을 위해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미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이 희생된 것을 애도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가지고 이스라엘에 왔다"면서 "전 세계에 순전한 악을 분출하는, IS의 최악 만행을 상기시키는 모스크에 당신을 들여놓지 않겠다"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우리가 본 잔혹함은 세계 각국에 깊은 상처를 입혔을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은 승리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분노를 부른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병원의 폭발 참사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책임이 아니라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레이더 시스템은 폭발 당시 가자지구 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발사한 로켓을 추적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제가 본 바에 따르면 여러분(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었다. 직후 그는 이러한 확신을 갖는 이유에 대해 "미 국방부가 내게 보여준 데이터"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0월 18일 수요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도착 직전 발생한 병원 폭발 사건으로 민간인 500명가량이 희생되면서 중동 내 확전 우려를 둘러싼 경계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병원 폭발의 책임을 즉각 이스라엘에게 돌렸다. 아랍 전역에서 반이스라엘, 반서방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폭발 전후 병원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하며 자국군의 공습 흔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마스 첩보원들이 오발 상황을 언급한 감청 녹취 내용도 공개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이번 참사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여론에 중요 변수가 된 이번 병원 참사와 관련, 이스라엘측 주장에 확실히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에이드리안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역시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날 가자지구 병원 폭발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생각하고 있는 측에 말하고 싶다면서 "하지말라, 하지말라, 하지말라"고 반복했다. 이번 전쟁에 개입 우려가 제기되는 이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것을 소모하는 분노를 안다"고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인들이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는 "(테러단체 알카에다에 의한) 9·11 이후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고 그것을 얻는 동안 실수도 했다"며 20년 전 미국이 했던 것과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발언이 2002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행한 이라크 침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은 하마스가 아니다"면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 가족들을 인간방패로 삼았다"며 "팔레스타인인들도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구호 지원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면서 "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아닌 민간인에게 물, 식료품, 연료,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동의해줄 것을 이스라엘에 요청했고, 이스라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회견 직후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후반에 미국 의회에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지원 방침도 재확인했다. 다만 미 하원은 현재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이후 아직 후임자를 뽑지 못하며 파행 상태다. 이날 미 재무부는 하마스와 관련된 9개 개인과 1개 단체를 테러 연계 혐의로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과 관련해 결의안을 논의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에 실패했다. 의장국인 브라질이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민간인을 향한 모든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구호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미국은 결의안 내 이스라엘의 자위권 언급이 없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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