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코믹 연기의 달인’ 김수미
철철이 김치 퍼주는 까닭… "밥 한술 나누면 곧 피붙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 여섯 번째 영화인데,
이 코믹 시리즈는 누적 관객 2000만 명을 훌쩍 넘긴 터였다.
다섯 번째 이후, 11년 만에 돌아온 영화의 주연은 어김없이 김수미였다.
코믹 연기의 거장인 그를 두 번 만나 사진 찍은 적 있다.
하지만 두 번의 이야기는 전혀 코믹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그가 ‘밥은 먹고 다니냐?’를 진행한 2019년이었다.
그가 출연자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이며 인생을 상담하는 프로였다.
당시 그가 당신 손맛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어릴 때 반찬 가짓수가 많아 밥상에 그릇을 포개 놓고 먹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열세 살에 서울로 전학 와 자취하며 단무지 하나로 버텨야 했죠.
그러고는 열여덟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그 손맛을 다시 볼 수 없었죠.
그런데 입덧할 때 엄마 겉절이와 풀치 조림이 먹고 싶어 눈물이 났어요.
애 낳고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점점 엄마 손맛이 나더라고요.”
그는 이렇게 재현해 낸 엄마의 손맛을 여기저기 나누었다.
철철이 열무김치·갓김치·파김치 등을 담아 나눠주는 게 일상이 된 게다.
오죽하면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김치 맛을 보여주겠노라고 할 정도였다.
그가 이토록 손맛을 나누는 이유는 뭘까.
“음식을 해서 나눠 먹으면 금세 피붙이 같은 정이 생기죠.
밥 한술 먹고 얘기하자고 하면 일이 일사불란하게 풀리기도 하고요.”
두 번째 만남은 올해 초 뮤지컬 ‘친정엄마’의 무대에 설 때였다.
그는 2009년 초연 때부터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었다.
이렇듯 그가 꼬박꼬박 뮤지컬 ‘친정엄마’에 출연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내가 연기하는 친정엄마가 딱 우리 엄마입니다.
자식을 끔찍이 알고 자식에게 한 인생을 쏟아붓고 산 엄마.
무대에 설 때마다 엄마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아 내게 큰 힐링이 됩니다.”
어쩌면 영화를 통해 주는 그의 웃음도 이와 같을 터다.
자신이 힐링 받았듯 그 마음을 오롯이 보는 이에게 돌려주고 싶은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정희 악감정 때문에 통진당 해산? 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근혜 회고록] | 중앙일보
- 박수홍 측 "큰형 탓 증언 후 혼난 동생…부모가 보지 말자 해" | 중앙일보
- [단독] 'AI 대부'의 경고 "AI 거짓말, 인류는 알아챌 수 없다" | 팩플 | 중앙일보
- "지능 낮음, 3500만원"…중국 난리난 '장애 여성 매매' 무슨일 | 중앙일보
- 당첨된 로또 들고가니 "이미 돈 받아갔다"…복권방 '황당 사건' | 중앙일보
- 마코 가고 가코 왔다...평민 된 언니 자리엔 '일본판 다이애너' | 중앙일보
- 갈라 디너 참석한 최태원, 동거인 김희영 손잡고 함께했다 | 중앙일보
- 군인 울린 '빽다방 알바생' 찾았다…보훈부 선물 거절하고 받은 것 | 중앙일보
- 마약범들의 '부적' 됐다…롤스로이스男 '석방' 시킨 이 처방전 | 중앙일보
- 브리트니 스피어스 폭로 "20여년 전 팀버레이크 아이 낙태" | 중앙일보